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임을 표명한 가운데 현지 여론은 차기 총리에 적합한 인물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을 뽑았다.
31일자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의 여론조사(29~30일)에 따르면 "다음 총리에 적합한 사람"은 이시바 전 간사장이 28%로 1위에 올랐다.
뒤이어 고노 다로 방위상이 15%로 2위,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이 14%로 3위였다. 유력한 포스트 아베 후보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은 각각 11%와 6%로 4위와 5위에 올랐다.
교도통신의 여론조사(29~30일)에서도 이시바 전 간사장이 34.1%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스가 관방장관이 14.3%로 2위, 고노 방위상이 13.6%로 3위였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일본에서는 집권당의 총재가 총리 자리에 오른다. 아직 자민당 총재 후보가 정식으로 결정된 상황은 아니다. 여론의 지지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출마하지 않는다.
특히 총재 선출은 국회의원과 당원의 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 1위라고 해서 총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론조사는 국회의원 투표에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닛케이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에게 원하는 정책을 묻는 질문을 살펴보면, '경제 정책'을 꼽은 층에서 1위는 30%로 이시바 전 간사장이었다. '외교·안보정책'을 선택한 층에서도 1위는 26%로 이시바 전 간사장이었다. '헌법 개정'을 꼽은 층에서 1위는 32%로 고노 방위상이었다.
"어떤 사람이 차기 총리를 역임하면 좋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도력이 있다"는 응답이 45%로 가장 많았다. "국제 감각이 있다"가 38%로 뒤를 이었다. 복수 응답 문항이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일본의 새로운 총리가 될 경우 오랜 시간 경색됐던 한일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친한파'로 알려진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04년 고이즈미 내각에서 방위청 장관을 지낸 안보 전문가다. 극우 색채가 강한 아베 총리에 비하면 합리적 보수에 가깝다는 게 일본 정가의 평가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자국이 저지른 태평양 전쟁에 대해서 '침략전쟁'이라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한일 정부가 평행선을 달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2017년 5우러 국내 한 언론과의 한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는 인간의 존엄, 특히 여성의 존엄을 침해했다는 점에서 사죄해야 마땅하다. (한국이)납득할 때까지 계속 사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에 관해서는 "젊었을 때는 모르고 참배했는데 15년 전쯤 진짜 뜻을 알고부터는 가지 않았다"고 말하며 A급 전범들의 분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야스쿠니 신사에는 가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편 자민당은 내달 1일 아베 총리의 후임을 선출하기 위해 총재 선거 일정과 방법을 결정할 전망이다. 차기 총리는 일단 내년 9월까지인 아베 총리 임기를 지낸다. 이후 2021년 9월 다시 총재 선거가 치러진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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