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일 2021년 예산안과 함께 공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4년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보다 128조원 증가한 640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사업 분야별로 보면 내년 199조9000억원까지 확대된 보건·복지·고용분야 재정이 2024년 242조7000억원까지 증가한다.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폐지, 인구구조변화 대응 등에 투입된다. 산업·중기·에너지 예산은 같은기간 29조1000억원에서 35조6000억원으로 연평균 10.7% 증가한다.
지출증가율은 2024년 4.0%까지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5년간 연평균 지출증가율은 5.7%로 계획했다. 최근 3년간 8~9%대 증가율을 기록했던 확장재정 기조에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부내용을 보면 지출증가율은 내년 8.5%, 내후년 6.0%를 기록한 후 2023년부터 4%대로 낮아지게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경제가 V자로 반등하더라도 올해 기저효과가 크다"며 "경제 회복 추이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총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계획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기재부의 지출증가율 축소 일정이 현 정부의 재정 확장기조를 더 강하게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예산을 짜는 2022년 예산안까지는 높은 지출 증가율을 허용하고, 다음 정부에서 예산을 짜는 2023년 예산부터 증가율을 줄이도록 해서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임기 첫해는 각종 공약에 따른 예산 소요가 많아 2023년 지출 증가율을 낮추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확장 기조가 당분간 이어짐에 따라 각종 재정건전성 지표도 빠르게 악화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2년 50.9%를 기록해 50%를 처음 돌파한 후 2023년 54.6%, 2024년 58.3%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게 된다.
GDP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도 -5%대가 이어진다. 2022년 이후 재정적자 규모는 약 120조원대로 유지되면서 적자비율은 -5.9~-5.6%대를 오갈 전망이다.
채무가 크게 늘어나고, 재정적자가 큰 폭으로 계속되는 중기계획을 마련하면서 정부가 준비 중인 재정준칙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다. 재정준칙은 채무와 재정수지, 지출 증가폭 등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인데 중기계획에 따른 채무 증가율과 재정수지 적자 폭이 너무 커 실효성 있는 재정준칙 도입이 이미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9월 중 검토를 마무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비계량적인 준칙'과 '유연성을 보강해야한다'는 등의 언급을 하면서 재정준칙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형태로 도입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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