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보다 여름에 고령 운전자(이하 만 65세 이상)의 교통사고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만 65세 이상 고령자는 폭염 시 시야 흐림 현상 등 건강 상태가 나빠지면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31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3027건으로 같은 기간 전체 사고의 15.14%를 차지했다. 2559건(13.9%)이 발생했던 2018년보다 늘었다. 계절별로 살펴보면 여름철(지난해 6~8월)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총 8429건에 달했다. 겨울철(2018년 12월~지난해 2월) 6763건의 1.3배 수준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만 65세 이상은 체온 조절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별다른 지병이 없어도 폭염에 노출됐을 때 갑자기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며 “여름철 운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폭염으로 시야 흐림 현상까지 동반하는 빈혈 증세가 나타나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교통공단 측은 고령 운전자라면 폭염 수준과 개인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한 뒤 운전대를 잡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령 운전자가 여름철에 운전할 때는 좌석을 높여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후방 거울과 유리창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치매 초기에 자신의 증상을 인지하지 못한 채 운전하는 것도 고령층 교통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도로교통공단 측은 면허증을 5년 주기로 갱신할 때 도로교통공단이 제공하는 교통안전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통안전교육에선 인지능력 자가진단을 하고 일정 등급을 충족하지 못하면 컨설턴트가 1 대 1 상담을 한다. 상담 후 필요하면 병원 치매 진단을 제안해준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올해 무더위는 9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이란 예보가 나온 만큼 고령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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