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감정원 아파트값 표본 확대"…효과 있을까[최진석의 부동산 팩트체크]

입력 2020-09-01 12:14   수정 2020-09-01 12:58


국토교통부가 한국감정원에서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활용하는 표본수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민간기관인 KB국민은행보다 적은 표본을 사용해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자 보완에 나선 겁니다. 이번 표본수 확대로 국토부 통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얼마나 상승할까요? 팩트체크 해봤습니다.

1일 국토부에 따르면 한국감정원이 주간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활용하는 아파트 표본을 현재 9400가구에서 1만3720가구로 4320가구(46.0%)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이날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주택가격 동향조사 관련 예산을 올해 67억2600만원에서 내년 82억6천800만원으로 22.9%(15억4200만원) 증액했습니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가장 큰 폭의 증액입니다.

국토부가 표본을 대거 늘리는 배경에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이 있습니다. 국토부는 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 조사를 “국내 유일의 국가승인통계”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감정원이 조사하는 표본수가 민간기관인 KB국민은행보다 적어 신뢰도가 낮다는 비판을 받자 보완에 나선 겁니다.

국토부가 한국감정원을 통해 수행하는 주택가격 동향조사는 주간조사, 월간조사, 상세조사 등 총 3종입니다. 주간조사는 아파트만을 조사 대상으로 삼고, 월간조사는 아파트, 연립다세대, 단독주택을 함께 조사합니다. 상세조사는 월간·주간조사가 시군구 단위로 이뤄지는 데 비해 읍면동 단위 동향까지 살펴봅니다. 이 가운데 주간조사는 매주 전국의 아파트값 상승률을 조사해 발표하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주간조사 표본은 2016년과 2017년 7004가구로 같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8년 396가구(5.7%)를 더한 7400가구, 작년에는 608가구(8.2%) 늘린 8008가구, 올해는 1392가구(17.4%) 더 늘린 9400가구로 계속 확대해왔습니다. 과거 증가폭을 감안하면 내년도 표본 확대폭은 이례적이죠. 국토부가 월간조사 표본을 올해 2만8360가구에서 내년 2만9110가구로 750가구(2.6%) 늘리는 것과 비교해봐도 두드러지는 수치입니다.

국토부는 이번에 표본수를 대폭 늘려 주간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릴 방침입니다. 더 이상 표본수가 적어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그동안 감정원이 발표하는 아파트값 상승률 등 통계는 KB 시세에 비해 낮게 나왔습니다. 야당은 물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도 감정원 통계가 급등한 집값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죠. 체감보다 낮은 상승률을 들여다보는 정부가 효과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실련이 지난 7월 “이번 정부 들어 3년 간 서울 아파트값이 52% 급등했다”고 발표하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이에 대해 “서울 집값 상승률은 11%”라고 말한 겁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숫자로 현실을 왜곡한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감정원 통계에서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부분은 아파트 표본수입니다. KB국민은행이 조사에서 활용하는 표본이 3만4000여가구입니다. 감정원의 9400가구가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죠. 표본수에 대한 지적은 지난 몇 년간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작년만 해도 국토부는 “현재 표본수가 통계 신뢰도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소폭의 표본수 확대로 통계 신뢰도 상승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도 의문이고 예산부담도 클 것”이라는 이야기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표본수를 대폭 늘리기로 방향을 전환함에 따라 그동안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주간 주택가격동향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15억원이라는 추가 예산 배정이 그렇게 힘든 결정이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번 표본 확대로 감정원 통계치에 대한 신뢰도가 얼마나 상승하느냐 입니다. 현재보다 50% 가까이 확대했음에도 감정원의 아파트 표본수는 1만3720가구입니다. 아직도 KB국민은행 표본수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표본수를 늘렸음에도 KB국민은행의 수치와의 격차가 여전하다면 신뢰도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을 것입니다.

통계학적으로 봤을 때 가장 완벽한 표본은 전수조사입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국토부가 강조하는 ‘국내 유일의 국가승인통계’ 위상에 걸맞은 표본수를 확보하고 이를 가감 없이 발표하는 것이 최선일 겁니다. 아무리 정부 공식통계라고 강조해도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합니다. 감정원의 통계가 시장과 대중의 신뢰를 받는 통계로 거듭나길 기대해 봅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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