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서비스에는 가격 체계가 없다. 집마다 구조가 다르다는 점을 내세워 재료값과 인건비가 천차만별이다. 온라인 상품은 흥정이 어려운 만큼 가격이 명확해야 소비자에게 구매 의사가 생긴다. 25조원이 넘는 인테리어 서비스 시장이지만 아무도 관련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던 이유다. 하우스텝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2016년 선보인 하우스텝은 온라인 인테리어 서비스 플랫폼이다. 도배, 마루, 창호, 욕실 등 개별 인테리어 시공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면 하우스텝에 등록된 시공자가 하우스텝이 선별한 자재를 갖고 설치해준다.
하우스텝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두번째’의 이승헌 대표(사진)는 온라인에서 이 서비스를 팔기 위해선 가격 표준화가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플랫폼에서 정확한 가격은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 대표는 “인테리어는 옷, 식품 등 규격마다 특정 가격을 붙여 대량 유통할 수 있는 ‘기성품’이 아니어서 사업 초기엔 ‘감’으로 가격을 책정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확한 분석 없이 책정한 가격은 사업에 치명타를 안겼다. 가격이 너무 낮으면 시공하고 난 뒤 적자가 났고, 가격이 너무 높으면 소비자들이 찾지 않았다.
이 대표는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다. 면적, 높이, 주거 형태 등 유형별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아파트는 단지별로 집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냈다. 그리고 이런 주택들에 어떤 자재가 들어가면 비용이 얼마나 나오는지 시뮬레이션을 했다. 또 도배, 마루, 창호 등 영역별로 상품을 나눠 소비자가 원하는 부분만 시공할 수 있게 서비스를 세분화했다.
그 결과 하우스텝은 자체적인 가격 시스템을 완성했다. 고객이 주택 정보를 입력하고 원하는 자재를 선택하면 바로 견적을 뽑아줄 수 있게 됐다. ‘3초 견적’ 서비스다. 이 대표는 “데이터가 쌓이면서 서비스가 더 정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하우스텝 서비스 지역은 수도권이지만 지방으로 넓힐 예정이다.
두번째는 현재까지 누적 매출 2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달엔 월 매출 10억원을 달성했다. 매년 두 배 이상 매출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이 대표는 “온라인 인테리어 서비스 수요는 많았지만 공급자가 없었다”며 “정가로 확실한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이 생기니 시장이 자연스럽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지난해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GS홈쇼핑과 SV인베스트먼트가 투자에 참여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 국내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5조4000억원에 달한다. 5년 뒤엔 32조4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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