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에서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을 높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캔시노바이오로직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5형(Ad5)에 기반한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센터가 개발하고 있는 ‘스푸트니크Ⅴ’ 백신도 Ad5 및 희귀종인 아데노바이러스26형(Ad26)을 활용했다.
문제는 전세계 인구 상당수가 이미 아데노바이러스 관련 면역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안나 더빈 교수는 “Ad5에 대한 면역력을 이미 상당수가 보유하고 있어 Ad5에 기반한 코로나19 백신이 효과가 있을 확률은 약 40% 가량”이라고 말했다. Ad5에 대한 항체가 이미 형성된 사람이 Ad5 기반 백신을 맞게 되면, 면역시스템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공격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인구의 40%, 아프리카의 80%가 이미 과거에 Ad5에 노출돼 항체를 갖고 있다.
Ad5를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비효율성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 외 국가의 제약사 대부분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Ad5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는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를, 존슨앤드존슨은 Ad26에 기반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Ad5 기반 백신이 에이즈를 유발하는 바이러스(HIV)에 감염될 가능성을 상승시킨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머크가 2004년 수행한 Ad5 기반 HIV 백신 실험에 따르면 이미 Ad5 면역을 갖춘 사람에게 Ad5 기반 백신을 접종할 경우 HIV 감염에 더 취약해질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이 이끌었던 미국 연구진은 머크의 실험 결과에 대해 2015년 ‘HIV 백신에 한정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하면서도 “Ad5 기반 백신의 시험 기간 및 종료 후에도 HIV 발병률을 반드시 추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코로나19 백신 네트워크의 래리 코리 박사는 “HIV 감염 가능성이 있는 개인 또는 국가에 Ad5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사용하는 것은 충분히 우려할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의 저우싱 교수는 “Ad5에 기반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고열 등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코로나19 백신 경쟁에서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국가들이다. 두 나라 모두 임상3상이 끝나기 전에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중국 캔시노 바이오로직스는 중국 외 다른 국가에서도 임상3상 전 긴급사용 허가를 받기 위해 각국 정부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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