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시청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웰메이드 감성드라마가 탄생했다.
지난 8월 31일 SBS 새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첫 방송됐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스물아홉 경계에 선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아슬아슬 흔들리는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베일을 벗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클래식 음악과 어우러진 섬세한 대본과 연출, 배우들의 감성 열연 등이 빛나며, 60분동안 시청자들의 마음을 쉼없이 두드렸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첫 회는 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 6.2%(2부)를 기록했으며, 순간 최고 시청률은 7%를 나타냈다.
‘트로이메라이 : 꿈’이라는 부제로 꾸며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1회는 채송아(박은빈 분)의 너무 멀기만 한 꿈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경영대 졸업 후 같은 대학 음대에 입학한 채송아는 바이올린을 향한 열정은 가득하지만 재능이 따라주지 않는 늦깎이 음대생이었다. 음대 입학을 이뤄냈을 때만해도 행복했지만, 채송아의 현실은 꿈에서 너무나 먼 성적 꼴찌였다.
이러한 채송아에겐 예술의 전당 무대는 특별했다. 대부분이 예고 출신인 과동기들과 달리, 인문계 출신인 채송아는 한번도 그 무대에 서 본적이 없었기 때문. 그러나 채송아는 무대에 서보지도 못한 채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채송아는 자신을 쫓아내는 지휘자에게 용기내 함께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돌아온 건 “너네 자리 성적순이지? 그럼 꼴찌를 하지 말든가”라는 불호령이었다.
결국 채송아는 무대 뒤에서 공연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채송아에게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선 피아니스트 박준영(김민재 분)의 모습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채송아는 어둠 속에서 환한 무대를 바라봤고, 눈물을 흘렸다. “그가 쏟아내는 음악이 너무 뜨거워서. 내 안에 담긴 것이 너무 작고 초라하게 느껴져서, 눈물이 났다”는 채송아의 내레이션은 그 울림을 더했다.
이후 채송아는 박준영을 뜻밖의 장소에서 다시 만났다. 채송아는 진로 문제를 고민하던 중 경후문화재단 공연기획팀 하계 인턴을 하기로 결심했고, 그 와중에도 바이올린 연습도 놓지 않았다. 평소처럼 재단 리허설룸에서 연습을 하려던 채송아는 그곳에서 피아노를 치는 박준영을 발견했다. 그가 연주하는 슈만 ‘트로이메라이’는 또 한번 채송아의 마음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이러한 두 사람은 각자의 친구들을 마중 나간 공항에서 또 한번 마주했다. 어색한 분위기 속 박준영은 채송아에게 어떻게 경후문화재단에 들어왔는지 질문했고, 채송아는 브람스-슈만-클라라의 연주 프로그램을 썼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박준영의 표정은 미묘해졌다. “테마가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나 봐요”라고 묻는 박준영에게, 채송아는 “아니요. 세 사람의 우정이요”라고 말하며, “브람스… 좋아하세요?”라고 물었다. 박준영의 대답은 “아뇨. 안 좋아합니다. 브람스”였다.
음악가 브람스가 평생 사랑했던 사람은 선배이자 절친한 동료였던 슈만의 아내 클라라였다. 첫 회 엔딩은 이러한 브람스와 닮은 짝사랑을 하는 박준영을 임팩트 있게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채송아 역시 박준영처럼 친구들 사이 짝사랑을 하고 있는 상황. 사랑과 우정 사이, 닮은 짝사랑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의 묘한 인연이 앞으로의 흥미로운 서사를 예고하며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첫 회는 잔잔하지만 그러나 강력하게 시청자들의 감성을 파고들었다. 꿈과 현실의 벽에 부딪힌 채송아의 모습은 공감을 자극했고, ‘브람스-슈만-클라라’의 관계를 떠오르게 하는 박준영의 이야기는 클래식한 감성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담담하면서도 가슴을 찌르는 대사, 박은빈, 김민재의 깊어진 연기력, 디테일한 연출도 드라마의 깊은 감성을 오롯이 담아냈다. 여기에 적재적소 삽입된 음악도 한 몫 톡톡히 했다는 반응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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