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첫 발행 이후 12년간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의 절반 이상이 가계, 기업 등의 금고나 장롱에서 잠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다른 선진국의 최고 액면가 화폐들과 비교해 유난히 환수율(화폐 발행액 대비 환수액 비율)이 낮은 것으로, 음성 거래를 위한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5만원권 발행 및 환수 현황'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올해 7월까지 5만원권 누적 발행액은 모두 227조9801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시중에 유통된 후 한은 금고로 돌아온 환수액은 112조423억원(49.1%)에 불과했다. 나머지 115조9378억원(50.9%)은 가계·기업·금융기관 등 경제주체들이 거래나 예비 목적 등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화폐발행 잔액'이다.
특히 올해 들어 7월까지 환수율은 31.1%(환수 4조7602억원/발행 15조3036억원)로, 2014년(연간 환수율 25.8%)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5년 같은 기간(1∼7월)과 비교해 올해 발행액은 최대인 반면, 환수액은 최소 수준으로 집계됐다.
수량 기준으로 따지면, 올해 발행된 3억600만장의 5만원권 가운데 9500만장이 금고나 장롱 등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에 '예비' 성격으로 5만원권을 쌓아놓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이광재 의원은 "부동산 다운계약 등 음성적 거래가 암암리에 퍼지고 있는 사실을 고려하면 5만원권의 낮은 환수율이 단순히 현금보유 성향의 증가 때문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세청도 이런 지적에 "수상한 현금거래 정보 수집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이 의원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만원권의 낮은 환수율 문제를 지적하자, 김대지 국세청장은 "고액화폐 수요 증가 원인은 저금리 기조도 있지만, 탈세의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융정보분석원의 여러 분석 자료, 현금 영수증 등의 정보 수집을 강화해 현금 거래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답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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