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최대 1조원 규모의 공모에 나선다. 지난 7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SK바이오팜(9593억원) 이후 두 달 만에 나오는 초대형 기업공개(IPO)다. 방탄소년단의 역사적인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첫 정상과 동시에 상장 작업도 스타트를 끊었다.
◆IPO로 9600억여원 조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2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신주 713만주를 발행하며 공모 예정금액은 7487억~9626억원 규모다. 관심을 모았던 희망공모가격은 10만5000~13만5000원이다. 상장예정주식수는 3384만6192주로 공모가 범위를 기준으로 한 상장 후 시가총액은 3조6000억원~4조6000억원다. 이 회사는 오는 24~25일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 청약)을 받고 9월 28일 공모가를 확정한다. 일반 청약은 10월 5~6일이다. 10월 중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IPO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간이며 공동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다.
증권가는 빅히트가 신속하게 상장 작업에 들어간 것과 관련, BTS를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정상에 올린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모가격이 적정 기업가치의 80% 수준에서 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 후 예상 기업가치를 6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3대 연예기획사인 에스엠(시가총액 8700억원), JYP(1조3000억원), 와이지엔터테인먼트(9000억원)를 합친 것의 2배에 이른다.
빅히트는 콘텐츠 생산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BTS의 성공 이후 소속 가수의 앨범, 공연 수익 뿐 아니라 캐릭터를 활용한 지식재산권(IP)과 영상 콘텐츠 유통 플랫폼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빅히트는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도 넷플릭스나 스튜디오드래곤 같은 콘텐츠 기업들처럼 주가수익비율(PER) 80배 이상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연예기획사들처럼 PER 30~40배를 적용하면 빅히트의 기업가치는 약 3조원”이라며 “BTS가 글로벌 문화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만큼 이례적으로 높은 PER를 적용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콘텐츠 기업으로 승부
시장에서는 빅히트가 IPO 최적시기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BTS의 신곡이 지난 1일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1위에 오르면서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BTS의 신곡 발매와 맞물려 IPO 절차에 돌입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전체 매출 중 BTS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바꿨다.
빅히트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5879억원, 영업이익은 975억원이다. 이 중 방탄소년단 매출이 5000억원 이상이다. 영업이익은 국내 엔터 3사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빅히트는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출 2940억원, 영업이익 497억원을 올려 전년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상장 주관사 측은 BTS의 글로벌 인지도를 바탕으로 해외 투자자 모집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빅히트는 이달 중순부터 비대면 해외 딜 로드쇼(DR)를 진행할 예정이다. 빅히트가 성공적으로 상장하면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모가가 희망가격의 상단으로 결정되면 빅히트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60위권 이내에 진입하게 된다.
이번 상장으로 방시혁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과 초기 투자자들이 돈방석에 앉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05년 설립된 빅히트는 방시혁 대표가 최대주주로 45.1%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넷마블(25.1%)과 스틱인베스트먼트(12.24%)도 상당량을 갖고 있다. 넷마블과 스틱은 2018년 빅히트의 기업가치가 8000억원 수준일 때 투자해 회수금액이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빅히트 임직원들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은 3만1000주로 주당 행사가격은 1만7000원이다. 우리사주조합까지 결성한다면 임직원들도 적잖은 시세 차익을 얻을 전망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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