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인기 주거지역인 마포구에서 아파트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1999년에 준공된 현석동 ‘밤섬현대아파트’ 등 4개 단지가 리모델링 추진에 나섰다. 높은 용적률 때문에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들이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밤섬현대 리모델링 속도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밤섬현대아파트(219가구) 리모델링 주택조합은 지난달 27일 리모델링 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2개 동에 최고 25층이다. 대지면적은 5526㎡, 연면적은 2만9368㎡에 달한다.현장 설명회는 4일 마포구 구수동에 있는 주택조합 사무실에서 열린다. 입찰 마감은 11월 4일이다. 조합원 투표에 의해 최다 득표한 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할 예정이다.
이 조합은 재건축과 맞먹는 리모델링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용면적 59㎡, 84㎡, 114㎡로 구성된 기존 가구 면적을 좌우로 넓히는 ‘수평 증축’과 함께 지하주차장을 신설한다. 가구 수도 29가구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 관계자는 “가구 수를 늘리는 리모델링은 마포구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조합원 분담금을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밤섬현대 인근에 1990년 준공된 현석동 호수아파트는 2012년 2개 층을 수직 증축하는 리모델링을 완료한 뒤 ‘밤섬 쌍용예가 클래식’으로 탈바꿈했지만 가구 수를 늘리지는 않았다.
리모델링 기대로 집값도 강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4월 12억3500만원에 거래된 밤섬현대 전용 114㎡는 최근 14억88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 7월 9억9500만원에 거래된 전용 59㎡의 현재 최대 호가는 11억원이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이 설립된 5월을 기점으로 시세가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용적률 문제로 재건축 힘들어
밤섬현대 외에 마포구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신정동 서강GS(538가구) △대흥동 마포태영(1992가구) △공덕동 공덕삼성(651가구) 등이다. 지난해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만든 서강GS는 지난달 중순 현장 설명회를 열었다. 올초 8억800만원에 손바뀜한 이 아파트 전용 59㎡는 지난 7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114㎡는 지난 3월 11억원에서 지난 6월 13억5000만원으로 매매가가 뛰었다.마포태영은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받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흥동의 한 중개업체 관계자는 “리모델링 추진을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며 “가구 수가 많아 뜻을 모으기 쉽지 않고 대형 평수 주민들은 리모델링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공덕삼성도 올초 추진위를 설립한 뒤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채워도 재건축을 추진하기 어려워서다. 밤섬현대가 397%, 마포태영이 344%, 공덕삼성이 266%, 서강GS가 359%다.
기존 용적률이 높으면 재건축을 해도 가구 수를 더 늘리기 힘들다.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을 얻기가 힘들어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진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조건도 까다롭지 않다. 준공된 지 15년이 지나고 안전진단 등급이 B등급(수직 증축), C등급 이상(수평·별동 증축)이면 리모델링을 할 수 있다. 주민 동의율도 66.7% 이상이면 돼 재건축의 75% 이상보다 낮다.
그러나 리모델링은 아무래도 재건축에 비해서는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다. 마포 도화우성은 2007년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이듬해 GS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주민 동의가 되지 않아 무산됐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리모델링을 한다고 하면 시세가 뛰기 때문에 말로만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도 있다”며 “중간에 사업이 흐지부지되는 경우 조합비용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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