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5G 투자 본격화"…국내 장비株 '부푼 꿈'

입력 2020-09-02 17:00   수정 2020-09-03 02:5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던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 투자가 하반기 본격적으로 개화할 전망이다. 애플이 다음달 5G 아이폰을 본격적으로 출시하는 만큼 미국 통신사들도 5G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부진했던 국내 5G 장비 업체들도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내년에는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5G 투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5G 장비 관련주는 2일 일제히 상승했다. 케이엠더블유(6.36%), 오이솔루션(3.33%), 서진시스템(3.02%), RFHIC(2.17%) 등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애플이 다음달 5G 아이폰 네 종류를 출시할 계획이며, 출하량은 최대 8000만 대에 이를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의 첫 5G 아이폰이다. 미국 통신사들은 5G 가입자를 선점하기 위해 투자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5G 가입자 수는 지난 1분기 기준 118만 명에 불과하다. 한국 가입자의 5분의 1 수준이다. 미국 통신사가 보유한 고주파 대역 주파수가 속도는 빠르지만 사용 가능한 시간은 적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3일부터 8월 25일까지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6㎓ 이하 주파수 경매가 이뤄졌다.

이번 입찰을 계기로 미국의 5G 투자는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승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통신사들의 5G 투자는 6㎓ 이하 주파수를 확보하는 4분기부터 본격화돼 내년부터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가입자 수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으나 미국은 2025년까지 5G 분야에 270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한국(25조원)의 10배 수준이다.

국내에서 1차적으로 수혜를 보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 통신사들이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배제하면서 삼성전자가 북미 지역 5G 통신장비 부문에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 AT&T, US셀룰러와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 협력사 ‘수혜’
통신 장비 부문 애널리스트들은 하반기에는 삼성전자나 미국 통신사를 고객사로 보유한 5G 장비 업체에 주목할 만하다고 조언한다. 올해 코로나19로 실적이 부진한 장비 업체들이 4분기부터 턴어라운드를 시작해 내년에는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광트랜시버 제조업체 오이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노키아가 주요 고객사다. 하이투자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1일 오이솔루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김인필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5G용 트랜시버 가격은 4G(LTE)용 대비 세 배 이상 높은 만큼 수익성이 빠른 속도로 개선될 전망”이라고 했다.

실리콘 기반 LDMOS 트랜지스터가 주류인 시장에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5G 주파수에 특화된 질화갈륨(GaN) 트랜지스터를 제작하는 RFHIC도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승웅 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와 해외 통신사의 5G 투자 지연으로 올해 실적은 아쉬웠지만, 이제 내년 실적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5G 기술의 핵심인 안테나와 필터를 생산하는 에이스테크도 성장세가 가파른 회사로 꼽힌다. 삼성전자 5G 통신장비 안테나·필터 부문 점유율은 약 60%, 에릭슨 점유율은 27%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릭슨 내 점유율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인필 연구원은 “에릭슨은 해외에 진출할 때 중국 안테나·필터 기업을 선정했는데, 최근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업체를 배제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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