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환갑이 되면 끝나려나요.”
검찰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 방침을 발표한 지난 1일 한 경제계 관계자가 꺼낸 얘기다. 삼성과 이 부회장을 둘러싼 법률 리스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는 토로였다. 이 부회장은 1968년생으로 올해 만으로 52세다. 환갑이 되려면 8년 남았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이 부회장이 무죄를 받더라도 검찰이 또 다른 이슈를 들고나오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며 “경제계에서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이 나도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3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검 수사를 시작한 시점부터 따지면 근 4년을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다. 법조계에선 이번 재판이 국정농단 사건 때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도 “수사 기록만 20만 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때보다 봐야 할 이슈가 훨씬 많다는 얘기다.
이 같은 관측대로라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은 당분간 본업에 눈을 돌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1주일에 두세 번씩 법정에 출석하는 일상이 수년간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건 때도 이 부회장은 열 차례의 소환조사와 세 번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았다. 재판에도 70여 차례 출석했다.
경제계가 문제 삼는 것은 검찰의 기소 결정이 적절했는지만은 아니다. 오히려 법조계 특유의 ‘만만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기업인과 관련한 수사와 재판은 빨리 진행해야 하지만 오히려 더 뜸을 들인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결정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불기소 권고 후 두 달이 지나서야 결론이 나왔다. 수심위가 입장을 낸 직후 곧바로 ‘기소’와 ‘불기소’를 결정했던 다른 사건과 대조적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건을 얼마나 빨리 처리하느냐도 중요하다”(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적이 들끓었던 배경이다.
삼성의 사법 리스크를 개별 기업 이슈로 보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투자자 중 상당수가 ‘한국=삼성’이란 인식을 하는 상황에서 삼성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한국에 대한 투자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적이다.
삼성에 칼을 겨눈 검찰의 판단이 맞을 수도 있지만 수사와 재판을 질질 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번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삼성과 법조계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 경제계의 지적을 충분히 감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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