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91.746까지 떨어졌다. 2018년 5월 초 이후 약 2년4개월 만의 최저치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달 중순까지도 93~94선을 유지했으나 파월의 ‘평균물가목표제(AIT) 도입’ 발언을 계기로 급락세로 바뀌었다. AIT는 일정 기간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0%)를 초과해도 장기 평균을 내 이를 밑돌면 용인하는 제도다. 통화팽창 정책이 향후 수년간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월가에선 달러 가치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전문가가 별로 없다. 관건은 얼마큼, 언제까지 하락할 것이냐다. 채권전문 투자회사인 핌코의 호아킴 펠스 분석가는 “세계 경제가 위기일 때 너도나도 안전 자산인 달러를 매수하는데 지금은 그 반대”라며 “적어도 6개월에서 1년간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와 UBS, 소시에테제네랄 등 증권사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현재 유로당 1.19달러 선인 유로·달러 환율이 2023년 1.3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자산관리 회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애런 허드 선임포트폴리오매니저는 “본격적인 달러 약세장이 막 시작됐다”며 “앞으로 5년간 15~20%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과격한 주장도 나왔다. 외환 전문회사인 비셋의 울프 린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달러는 15년을 주기로 등락해왔다”며 “일단 2024년까지 유로화 대비 40% 추가로 밀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릭 라이더 블랙록 CIO는 “세계 무역의 높은 달러 의존도를 감안할 때 달러 약세가 생각보다 천천히 진행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달러 약세가 계속되면 미국 외 국가들의 수출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유럽과 일본은 수년 전부터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펴온 데다 지금도 ‘마이너스 금리’를 운용 중이어서 대응 여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달러 약세가 실물자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온라인 매체인 악시오스는 이날 “금과 은, 구리, 코코아 등 달러로 표시되는 상품 투자가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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