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시총 17위 '우뚝'…급등 때마다 주주들 불안한 이유

입력 2020-09-03 17:53   수정 2020-09-03 19:44

게임업체 넷마블이 증시 시가총액 17위에 올랐다.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엔씨소프트 등 보유한 타회사 지분가치가 부각되면서 기업가치가 급증했다는 평가다. 주가가 급등하자 현직 대표이사를 비롯한 넷마블 소속 임원들의 주식 매도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도 넷마블 임원들의 대규모 주식매도로 시장의 신뢰를 잃고 주가가 급락한 전례가 있는만큼 추격 매수에 주의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3일 넷마블은 12.43% 오른 19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 이후 상승율이 93.53%에 달한다. 이 기간에 개인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가 모두 순매도세를 보인 가운데 연기금이 넷마블 주식 49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급등을 주도했다. 3일 종가 기준으로 넷마블의 시총은 16조6894억원으로, 국내 증시 17위에 올라있다. 포스코와 KB금융, SK(주),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을 제쳤다.

넷마블의 기업가치를 설명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투자 능력’이다. 넷마블은 사업은 물론 투자 영역에서도 다른 국내 게임사와 차별화된 모델을 추구한다. 카카오게임즈(지분 5.8% 보유), 빅히트엔터테인먼트(25.0%), 엔씨소프트(8.9%), 코웨이(25.5%) 등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는 최근 주가 급등의 원인으로 평가받는다. 본업인 게임에서도 넷마블은 외부 자산을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기타 국내 게임사들이 리니지와 카트라이더 등 자체 IP에 집중할 때 엔씨의 리니지나 디즈니의 어벤저스처럼 검증된 외부 IP 라이선스를 구매해 게임을 개발하는 식이다.

주가 급등 상황에서 시장에선 지난해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지난해 6월 26일 'BTS월드' 출시를 전후로 펼쳐진 ‘BTS월드 사태’가 원인이다. 당시 넷마블은 BTS IP를 활용한 최초의 게임인 BTS월드 출시를 앞두고 주가가 6개월 사이 최대 38% 상승했다. 하지만 출시 직후 초기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넷마블 주식은 불과 한달만에 41.37% 하락했다. 당시 10만원 아래로 떨어진 넷마블이 10만원대를 회복하는데는 거의 1년이 걸렸다. 증권가에서 ‘신작의 저주’로 회고되는 사례다.

시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당시 주가 급락은 넷마블 임직원 매도로 비롯됐다는 것이다. 한 게임업종 애널리스트는 “신작이 기대에 못미치는 사례는 빈번하고, 당시 넷마블은 기존 게임들의 매출도 순항하고 있었다”며 “당시 주가 하락폭 확대에는 신작 출시를 전후로 펼쳐진 넷마블 임직원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넷마블 임원 A씨의 주식 매도는 특히 시장에 충격으로 다가갔다. 당시 A씨는 BTS월드 출시 직전(25일)과 직후(27일) 이틀에 걸쳐 넷마블 주식 1만5422주(19억1223원어치) 전량을 처분했다. 이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지난달에도 주가가 오르자 임직원들은 매도했다. 이승원 현 대표는 지난달 25일에 보유한 지분 2500주를 모두 처분했다. 넷마블은 상장 직후인 2017년 6월에도 권영식 당시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직원이 스톡옵션을 대거 행사해 4만7788주를 매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10억~20억대 차익을 실현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이 기업 실적만큼이나 주목하는 것이 내부거래”라며 “주가가 급등할 때마다 임직원이 자사주를 내다파는 기업은 시장에서 호의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넷마블 투자의견을 제시한 14개 증권사 가운데 매수 의견을 제출한 기관은 4곳에 불과하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아예 매도의견에 해당하는 비중 축소를 권고하기도 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임원들의 스톡옵션 매각은 주식 대출금 부담 등 개인 사정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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