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기본주택, 15년간 150만 가구 공급하겠다"

입력 2020-09-03 17:36   수정 2020-09-04 10:01

“집값 급등에 불안해하는 30~40대에게 주거 부담을 덜어줘야 시장이 안정되고 ‘패닉바잉(공황구매)’도 사라지게 됩니다.”

‘경기도 기본주택’을 설계한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사진)은 “집을 사는 것보다 두 배 이상 저렴하고 임대료도 전세 대출 이자보다도 낮다면 임대주택이 무리한 주택 구매의 대안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GH가 최근 발표한 경기도 기본주택은 무주택자는 누구나 소득과 자산 제한 없이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다. GH는 공공시행자로서 기본주택의 건설·공급·운영을 하게 된다. 주택 보유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한다. 공공사업자인 GH는 건설 후 매각으로 자금을 회수한 뒤 새로운 사업을 한다. 역세권 등 교통 요충지에 건립해 수요층을 잡고 적정 임대료로 운영해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다.

이 사장은 기본주택이 단순히 주거 안정뿐 아니라 주거 문화까지 바꿀 수 있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는 적자가 많이 나 외곽 지역에 들어설 수밖에 없다. 임대주택이 기피시설이 되는 건 물론 주변까지 슬럼화되는 이유다. 이 사장은 “유럽에서는 임대주택을 좋은 지역에 잘 지어 무주택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며 “부자와 서민이 한 아파트에 살고 지역사회에서도 임대주택 건설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기본주택이 역세권 등 핵심부지에 들어서는 데다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어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기본주택에는 기존 임대주택에서는 볼 수 없는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스카이 라운지, 체육관 같은 커뮤니티 시설도 조성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지속 가능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적자 없는 무수익 구조를 떠올렸다. 그는 “기존에는 공공기관이 아파트를 비싸게 팔면 집값 올린다고 욕먹고 싸게 팔면 ‘로또분양’이라고 비난받았다”면서 “그렇다면 원가를 보전하는 임대주택을 지어 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개발자금을 1%대의 저리로 조달해 용적률 500%의 고밀도로 짓는 계획을 구상했다.

이 사장은 기본주택이 대량으로 공급되면 자연스럽게 주택 구매 수요가 줄어들어 집값 안정 효과도 불러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본주택을 1년에 10만 가구씩 15년간 150만 가구를 공급한다면 도내 공공임대에 못 들어가는 무주택자(177만 가구)의 주거 불안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3기 신도시 내 50%를 기본주택으로 공급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기본주택을 장기임대주택 유형에 포함하는 것을 놓고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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