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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는 내리라고 하고, 매출의 절반을 임차료로 내라는데 남는 게 있을까요?”(A 골프장 대표)
“껍데기에 불과한 자본총계를 입찰 자격 조건으로 내세운 건 좀 그렇네요.”(B 골프장 위탁운영사 이사)
국내 최대 퍼블릭 골프장인 스카이72 신규 사업자 선정 작업이 시작부터 ‘사업성 논란’에 휩싸였다. 땅 주인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이 내세운 입찰 조건에서 임대료가 대폭 오르는 등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어서다. 당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아오던 임대사업이 되레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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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는 그러나 여기에 부가 조건을 달았다. 건물과 토지 관련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납부와 고용 승계까지 보장하라는 요구다. 국내 대기업 골프장 사업부 관계자는 “최고가 입찰임을 감안하면 40%대로는 낙찰이 불가능할 것 같다”며 “이런 조건을 다 맞춰주고 이익까지 가져갈 만한 골프장이 국내에 몇 개나 될까 싶다”고 말했다. 국내 퍼블릭 골프장 평균 영업이익률은 33% 정도다.
골프장들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시간이 늘어난 이유는 또 있다. 공익성 강화 조건이다. 공사는 ‘공익운영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그린피 인상 등을 규제할 계획이다. 매출을 억제하는 사실상의 ‘캡’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환승객 할인, 지역주민 할인, 골프 유망주 발굴 대회 개최 등 사회공헌사업 계획서 제출까지 내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료를 최대한으로 높이면서 매출 확대와 비용 절감 등의 경영 수단은 묶겠다는 것”이라며 “코로나 특수로 영업환경이 좋아진 건 일시적인 현상인데 여기에 기준을 둔 것 같다. 수익성에 부담을 느껴 입찰을 포기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입찰을 준비하던 한 골프장 관계자는 “활주로 공사가 갑자기 당겨지면 쫓겨날 가능성도 감수해야 하는 마당인데, 법적 분쟁 리스크까지 떠안으라는 얘기”라며 “가치평가를 하기 힘든 물건에 ‘베팅’하라는 요구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공사가 요구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입찰에 참여하려면 단독 참가 법인 또는 컨소시엄 대표사인 경우 BB+ 이상, 컨소시엄 참가자들은 BB0의 신용평가등급을 확보해야 한다. 320억원 이상의 자본총계도 필요 요건이다. ‘안정적인 임대료 확보를 위한 안전장치’라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 조건은 공사가 최근 진행한 골프장 입찰에선 없던 내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을 이미 확보한 대기업을 끼지 않으면 입찰 자체가 어려운 조건을 공사가 갑자기 내걸었다”며 “특정 업체를 우대하려는 배경이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회계 전문가는 “자본총계는 결손금 등이 있으면 기준치 이하로 쪼그라들 수도 있는 상징적 수치에 불과하다”며 “현금 창출 등의 재무 신용을 보려면 예금증서와 보증보험 등을 제출하게 하면 되는데 굳이 자본총계를 내세운 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사업자인 스카이72 측은 “공사가 입찰을 강행해 계약과 법에 명시된 계약갱신 우선 청구권 및 지상권 등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조만간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순신/조희찬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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