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 호주 뚫었다…한화디펜스, 1조 수출 계약

입력 2020-09-03 17:37   수정 2020-09-04 08:19

국산 ‘명품 무기’인 K-9 자주포가 호주에 수출된다. 터키 폴란드 인도 핀란드 등에 이어 일곱 번째다. 선진국 방산 시장을 뚫고 대규모 수출 계약을 따내며 한국산 무기의 우수성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성수 한화디펜스 사장은 “호주는 영미권의 군사기밀정보 공유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으로, 세계 무기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선진국의 까다로운 심사를 뚫어내면서 한국산 첨단 무기의 수출길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계 자주포 시장 절반 점유
호주 정부는 3일 K-9 자주포를 육군 현대화 프로젝트 중 하나인 ‘랜드 8116 자주포 획득 사업’의 단독 우선공급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K-9 제작사인 한화디펜스는 호주법인(HDA)을 주축으로 호주 정부와 가격 협상 등을 한 뒤 양산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1차로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를 납품한다. 호주 정부는 이번 사업에 총 13억호주달러(약 1조1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육상 무기 수출로는 최대 규모다.

한화디펜스는 두 번째 도전 끝에 호주 시장을 뚫었다. 2010년 경쟁 입찰을 거쳐 호주 육군 자주포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호주 정부의 예산 문제로 2012년 최종 계약이 취소됐다. 호주는 자주포 대신 저렴한 견인포를 도입했다가 전력 보강의 한계를 느끼고 한화를 다시 찾아 계약을 타진했다.

한화의 적극적인 현지화 노력도 호주 정부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화는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K-9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지 중소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인력 교육, 정비·보수 등 사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9 자주포는 한화디펜스(옛 삼성테크윈)와 국방과학연구소가 1998년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했다. 현재 한국군이 1300여 문을 운용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 수출되고 있다. 2001년 터키에 280여 대를 첫 수출한 뒤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에 수출했다. 한화는 노르웨이와 24대 추가 수출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 자주포가 4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조원 걸린 호주 장갑차 사업도 ‘청신호’
세계 곳곳에서 K-9을 원하는 까닭은 탁월한 성능 때문이다. K-9은 자동화된 사격통제장비, 포탄 이송과 장전장치를 탑재해 사격 명령을 접수한 지 30초 이내에 탄을 발사할 수 있다. 15초 이내에 최대 3발, 3분 동안 연속 18발을 사격할 수 있어 초기에 적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최대 사거리는 40㎞에 달한다.

K-9의 실전 능력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도발 때 검증됐다. 당시 K-9은 기습을 당한 상황에서도 곧바로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 북의 도발 지점을 정확히 추적해 원점 타격에 나선 K-9의 포격 사진은 전 세계 언론에 등장해 유명해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기 도입을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가 실전 경험”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자주포 수요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도 K-9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주포는 전차와 달리 공격보다는 방어에 초점을 둔 무기다.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대령) 출신인 엄효식 한화디펜스 상무는 “자주포 도입은 전차보다 주변국을 덜 자극한다”며 “전쟁 억지력을 높이려는 국가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장갑차 ‘레드백’도 5조원이 걸린 호주 육군의 ‘미래 궤도형 장갑차 도입 사업’에서 독일 라인멘탈디펜스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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