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도입 예정인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과 관련 저소득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들에게 고용보험료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제도 시행 초기인만큼 가입을 독려해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관련 예산이 적어 추가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특고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일반 근로자와 달리 자발적 이직도 인정하기로 하고, 기금 계정을 기존 근로자 계정과 함께 쓰기로 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근로자와 기업 입장에선 "우리가 낸 보험료로 특고·예술인 실업급여 지급하게 될 것"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지원 대상은 월평균 보수 220만원 이하의 특고, 예술인이다. 월 보수 220만원을 가정하면 정부 지원금은 약 월 1만4000원 수준이다. 이 기준은 기존의 영세사업장 사업주와 근로자를 대상으로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두루누리 사업'을 준용한 것이다. 두루누리 사업은 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의 월 215만원(2020년 기준) 이하 근로자와 해당 사업주에 대해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 납입분의 최대 90%를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가 책정한 691억원은 예술인을 3만5000명, 특고 종사자를 43만명으로 추정해 나온 금액이다. 가령 한달 220만원 버는 특고 종사자의 경우, 월 보험료 1만7600원(0.8%)의 80%인 1만4080원을 지원 받는다. 여기에 지원 대상 인원 46만5000명을 곱하면 한 달에 약 66억원이 소요된다. 691억원은 특고 종사자와 계약을 맺은 사업주도 지원 대상인 점을 감안하면 약 23만여 명(누계)에게 5개월 남짓 지원할 수 있는 돈이다. 정부 추산대로 특고 종사자 약 50만명이 모두 지원대상이 되면 사업주 지원분을 포함해 두 달치 정도 밖에 감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예술인에 대해서는 1년간, 특고 종사자에 대해서는 입법 시기를 감안해 약 6개월치만 계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줄어든 특고 종사자의 가입이 몰릴 경우 추가 예산 투입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추가 재원은 기존 근로자들이 낸 보험료를 모아둔 고용보험기금에서 당겨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부정확한 특수 고용직 종사자 규모도 변수다. 정부는 보험료 지원 대상 규모를 정하면서 산업재해보험 적용이 되는 대리운전 기사, 보험설계사, 방문판매원 등 14개 업종 종사자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고 종사자 규모는 조사기관에 따라 약 50만~220만명으로 천차만별이다. 정부도 지난 6월 산재보험 적용 특고 종사자 규모를 77만명으로 추산해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특고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지급 대상을 당초 최대 114만명으로 예상했으나 최종 집계 결과 176만명이 몰리면서 뒤늦게 6000억원 가량을 추가 투입했다.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기금 계정과 기존 근로자 계정이 분리되지 않은 것도 논란거리다. 임금 근로자들에 비해 취업과 실업이 잦을 수밖에 없는 특고 종사자들의 실업급여를 근로자들이 내주게 될 것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특고 종사자와 근로자 재정을 통합관리하면 전체 고용보험 재정 상의 문제 뿐만 아니라 피보험자 간의 갈등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일반 근로자의 고용보험 재정이 특고 종사자의 실업급여를 지원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사회보험의 특성 상 연대정신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수익자 부담'이라는 보험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적한 바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6월 내놓은 '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에서 "열악한 특고 종사자 보호라는 입법 타당성은 인정되지만 임금근로자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의무가입 또는 임의가입 등 적용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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