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원이 회사 임직원을 상대로 여러 차례 다소 과장된 고소·고발을 해 모두 무혐의처분이 나왔더라도 이를 사유로 노조원을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고소·고발 내용이 대체로 사실에 기초하고 있고 노조 활동에 관한 것이었다면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취지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일부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UNIST 직원으로 근무하던 A씨와 B씨는 2015년 7월 무분별한 고소·고발, 근무태만, 보안문서 불법해킹 등을 이유로 해고됐다. 이들은 징계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했고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UNIST가 중앙노동위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고소·고발 남용을 징계사유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A씨와 B씨는 2014년 1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UNIST 임직원 등을 횡령이나 근로기준법 위반, 성희롱 등 혐의로 17차례에 걸쳐 고소·고발했지만 모두 각하나 무혐의 처리됐다.
1심은 “이들의 고소·고발·진정 행위가 허위사실에 기초한 악의적인 무고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이들의 행위로 인해 원고(회사)와 직원들 사이 갈등관계가 발생했다거나 노사 간의 신뢰가 훼손됐다고 볼 만한 사정도 뚜렷하지 않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이들이 고소·고발한 경위나 내용, 무혐의처분 이후 항고·재항고·재정신청(이상 무혐의 처분에 불복하는 절차들)을 계속 이어나간 정황을 함께 고려하면, 원고와 이들 사이 신뢰관계는 더는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깨졌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원고 내부의 마찰과 갈등 초래, 외부 신뢰도 하락, 신뢰관계 훼손 등의 결과도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결을 재차 뒤집었다. 대법원은 “뚜렷한 자료도 없이 사실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왜곡해 고소·고발하는 행위는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며 “다만 범죄에 해당한다고 의심할 만한 행위에 대해 처벌을 구하고자 고소·고발을 하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한 적법한 권리행사라 할 수 있으므로, 수사기관이 불기소 처분을 했다는 이유 만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고소·고발·진정한 내용에 과장되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더라도 대체로 사실에 기초하고 있고, 목적이 사용자에 의한 조합원들의 단결권 침해를 방지하는 것이라면 고소·고발 등은 노조의 정당한 활동범위에 속하는 것”이라며 “이를 이유로 노조 대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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