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은 4일 박 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는 두산퓨얼셀 지분 일부(약 23%)를 두산중공업에 증여하는 내용 등을 발표했다. 증여 규모는 3일 종가 기준 약 5740억원어치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해당 금액만큼 신주 발행 없이 무상으로 증자하는 것과 비슷한 자본확충 효과를 보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이와 함께 1조3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실시 계획을 발표했다.
두산퓨얼셀은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회사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액체 인산을 전해질로 쓰는 인산형 연료전지(PAFC) 기술을 주로 사용한다. 연료전지는 발전용과 가정용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에서 두산퓨얼셀의 국내시장점유율(내부자료 기준)은 올해 6월 기준 약 80%로 압도적이다.
정부는 현대자동차와 두산그룹 등이 추진하는 수소에너지 분야를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정부는 작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발전용 연료전지 설치 규모를 2022년까지 1.5GW(내수 1GW), 2040년까지 15GW(내수 8GW, 수출 7GW) 규모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정도 규모의 발전용 연료전지 생산을 할 수 있는 주체는 국내에 두산퓨얼셀 뿐이다. 지난 7월에는 독자기술로 개발한 440kW 규모 부생수소 연료전지 114대를 충남 서산 대산산업단지 내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에 공급하는 등 관련 분야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이번 결정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주주 일가가 두산그룹 구조조정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주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지분을 넘기기에 좋은 여건이 형성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4000원대, 5월 7000원대였던 두산퓨얼셀 주가는 4일 정오 현재 4만430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3월에 비해 주가가 10배로 뛰었다.
두 번째 의미는 두산퓨얼셀과 두산중공업 간의 연결고리를 분명하게 만들어서 향후 두산중공업이 친환경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두산퓨얼셀은 향후 수소 연료전지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대규모 증설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두산중공업보다 두산퓨얼셀이 두산그룹의 주력 기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두산 측은 “수소경제라는 공통 분모 위에서 양사 간 사업적 시너지가 크게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특히 두산퓨얼셀의 경우 투자 확대 등 여러 측면에서 지금보다 여건이 좋아진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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