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통화 및 유동성’에서 6월 M1(협의통화)은 1058조원으로 전월 대비 2.2% 증가했다. M2(광의통화)는 3077조원으로 같은 기간 0.8% 늘어났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각각 21.3%와 9.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량이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음을 지표는 보여주고 있다. 시중에 풀린 통화량의 증가가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화폐와 통화량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재화·서비스를 이용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기 위해 화폐를 사용한다. 1만원권, 5만원권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지폐가 이에 해당한다. 화폐는 기본적으로 교환의 매개수단, 지급수단, 가치저장수단, 가치의 척도, 회계의 단위 등 여러 기능을 가지고 있다. 화폐는 역사적 시기에 따라 사회에서 일반적인 거래 수단으로 통용된 조개껍질에서 금·은과 같은 귀금속, 현재의 지폐, 전자화폐까지 변화와 발전을 거쳤다. 과거 물물교환 경제에서는 상대방과 거래 목적이 서로 일치해야 했다. 쌀을 가지고 있지만 사과가 필요한 A와 사과를 가지고 있지만 쌀이 필요한 B 사이에서만 물물교환이 이뤄졌다. 하지만 화폐경제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해 화폐를 매개로 교환·분업이 이뤄지고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경제활동이 활발해졌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경제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시중에 풀린 화폐 규모는 갈수록 커져갔다. 즉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화폐의 양인 통화량이 증가했다.
통화지표 세분화해 통화정책에 참고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측정하는 지표를 세분화해 이를 바탕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할 때 참고하고 있다. 통화지표를 살펴보면 M1, M2, Lf(금융기관유동성), L(광의유동성)으로 나뉜다. M1은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으로 언제라도 현금화할 수 있는 것으로 화폐의 지급결제기능을 중시한 지표다. M2는 M1에 더하여 MMF(머니마켓펀드),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및 금융채, 수익증권, 시장형 상품(CD(양도성예금증서), RP(환매조건부채권), 표지어음)이 포함된다. M2에 포함된 금융상품들이 자산의 증식이나 미래 지출에 대비해 일정 기간 저축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약간의 이자소득을 포기한다면 언제든 인출이 가능하다. 그래서 M1의 지급결제기능에 가치저장수단의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다. Lf는 M2에서 2년 이상 장기금융상품, 증권금융 예수금, 생명보험계약 준비금 등이 포함된다. L은 Lf에서 국채, 지방채, 회사채, CP(기업어음)가 포함돼 한 나라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통화량의 크기를 보여준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물가상승 우려
한국은행이 발표한 내용 중 M2를 기준으로 각 경제주체들이 얼마만큼 통화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낸 ‘경제주체별 통화 통계’가 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기업, 기타금융기관, 기타부문으로 나뉜다. 여기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16조9000억원, 기업은 9조1000억원, 기타금융기관은 2조7000억원 늘어나면서 시중 통화량이 증가했다. 기본적으로 통화량이 증가하면 물가가 상승하고 화폐 가치는 떨어진다. 물가가 상승하면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 부동산, 금·은과 같은 실물 자산을 더 선호하게 된다. 월급을 받는 근로자는 화폐가치의 하락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하게 되며, 저축보다는 주식·채권과 같은 투자 열풍이 일어날 수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침체가 깊어지고 있지만 주식시장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은 시중에 늘어난 통화량이 하나의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금융당국은 시중 유동성을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