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계의 우버가 등장했다. 앱 기반 개똥 치워주기 서비스 ‘푸퍼(Pooper)’가 그것이다. 반려견의 용변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푸퍼 스쿠퍼(개똥 치우는 사람)가 와서 치워준다는 것이다. 푸퍼는 스쿠퍼를 모집하는 광고에서 플랫폼 노동의 장점을 설명한다. “푸고 싶은 만큼 푸세요. 자율적으로 일하면서 푸는 만큼 버세요.” 흥미로운 사실은 푸퍼 앱이 가짜라는 점이다. 앱을 활용한 플랫폼 노동에 중독된 사회를 한 마케팅 회사가 비판하기 위해 만든 예술 프로젝트였다.
기업과 근로자의 이해관계가 조금씩 변한 건 1980년대부터다. 1980년대의 경제불황과 경쟁 심화로 원가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 노력이 시작됐고, 1990년대에는 위기 때만 단행됐던 정리해고가 자동화의 영향으로 회사가 번창하는 와중에도 시행될 만큼 빈번해졌다. 1996년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1979~1995년 미국에서 43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주로 대기업에 다니는 고임금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대상이었다고 설명한다. 1994년 프록터앤드갬블이 원가 절감을 통해 2분기 수익을 13% 향상시켰다고 밝혔는데, 원가 절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쟁이 심해지자 기업에 생산성의 가치는 더 중요해졌고, 기술 발달로 언제 노동자가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임시직이나 독립계약자가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많은 고정비용이 들고, 필요하지 않은 시기에도 고용해야 하는 정규직 근로자는 그 자체로 비효율이었다. 이런 흐름은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확대됐고, 모바일의 확산과 데이터 기술을 배경으로 플랫폼 노동이라는 형태로 진화했다. 오늘날 플랫폼 노동시장은 미국에서 레스토랑 체인 산업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될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른 분야다.
그럼에도 플랫폼 노동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산업의 변화를 배경으로 한 노동 형태 변화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이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흐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초창기 공장 노동자가 고래기름 램프에서 나오는 연기를 종일 들이마시며 하루 12~14시간 중노동을 해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아갔지만, 그 해법으로 노동자를 공장에서 다시 농장으로 보내지 않았다. 대신 10시간의 표준근로시간이 정립되고, 미성년 노동 규제가 생겼으며 1930년대 뉴딜로 다양한 노동자 보호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오늘날의 플랫폼 노동도 이와 같다.
미래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흐름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사회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노동의 미래를 전망하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면할 수 없는 노동의 새로운 형태
제도적 보호 위한 구체적 고민 필요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