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경제와 기업 경쟁력을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조동성 신임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71·사진)의 답변은 단호했다. 조 이사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민이 AI를 빨리 받아들이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도전정신이 잘 조화를 이룬다면 한국은 분명 21세기 최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처럼 기업은 희망을 잃고, 정부는 방향 제시를 포기하며, 개인은 AI 교육에 소극적인 상황이 이어진다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1978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부임한 이래 서울대 경영대학장, 한국경영학회장 등을 지낸 국제경영 분야 전문가다. 1978년 당시 역대 최연소 나이(29세)에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4년 서울대에서 정년퇴임한 이후로는 중국 장강경영대학원 교수, 인천대 총장 등을 지냈다.
지난 7월 29일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한 산업정책연구원은 그가 1993년 10여 명의 국내 교수들과 함께 만든 민간 싱크탱크로, 국내 싱크탱크 가운데 가장 권위가 높은 세계적인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 이사장이 세계 각국의 국가경쟁력을 측정하기 위해 1996년 고안해낸 ‘9-팩터 더블 다이아몬드 국가경쟁력 이론’은 학계에서 그 정확성을 인정받으며 산업정책연구원이 세계 3대 국가경쟁력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국가경쟁력 전문가로 명성을 떨친 그는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기르기 위해선 교수와 미화원, 택배기사까지 사회 구성원 모두가 AI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둑을 예로 들었다.
“요즘 바둑 학원에 가면 프로 9단 선수가 쓴 책은 보지도 않아요. AI가 모든 걸 대신 가르쳐주죠. 이세돌을 포함한 모든 바둑선수는 AI보다 한 수 아래인 아마추어인 겁니다. 경영학도 마찬가지예요. 공장 생산성 향상을 위한 무인화 설계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AI가 저보다 훨씬 획기적이고 생산성 높은 결과를 내놓습니다. 저는 경영학계의 아마추어죠. AI를 배우지 않고는 모두가 그 분야의 아마추어인 세상입니다.”
이에 조 이사장은 “아마추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달부터 AI 석사과정 대학원에 입학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부터 AI 전문가가 돼야 산업정책연구원의 분석을 고도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산업정책연구원의 모든 연구 과정에 AI를 도입하고, 모든 연구 결과에 대해 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정의진/사진=김영우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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