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열풍 뒤엔 마이너스통장 있었다

입력 2020-09-06 17:11   수정 2020-09-07 01:28

금융권에서 근무하는 이모씨는 SK바이오팜 ‘청약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으로 1억원을 대출받았다. 최종 청약에서 그는 12주(공모가 기준 58만8000원)를 배정받았고 150만여원의 수익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는 연말로 예정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청약 때도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끌어와 주식 투자에 나서는 ‘동학개미’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공모주 시장에 참가하는 직장인 사이에서는 마이너스통장이 필수품으로 꼽힌다. 공모주 청약은 청약 둘째날부터 증거금 환불까지 2거래일이 소요된다. 연 2%대의 낮은 금리와 간편함을 갖춘 마이너스통장이 각광받는 이유다.

공모주뿐만 아니라 일반 주식투자자도 마이너스통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 3월 19일 코스피지수가 저점을 찍은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33조893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들 주식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마이너스통장을 통해 조성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들이 주식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신용융자의 잔액은 3월 19일 이후 8조8536억원 늘었다. 신용융자는 1주일만 돈을 빌려도 연 5% 넘는 이자를 내야 한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저금리를 활용한 개인투자자들의 공세는 증시가 반등한 주요인 가운데 하나”라면서도 “남의 돈으로 투자했을 때 증시가 하락하면 손절매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어서 시장이 더욱 거세게 흔들릴 수 있으니 빚을 진 투자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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