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해 쌍용차 '렉스턴'이 독점하던 시장에 한국GM의 '쉐보레 콜로라도'가 뛰어든 데 이어 지프 '글래디에이터'도 초도 물량이 완판을 기록하며 기세를 더해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렉스턴과 콜로라도, 글래디에이터가 맞붙은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연내 4파전으로 확전될 전망이다. 포드 '레인저'가 출격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도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7월 3210대 수준이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지난 7월 3479대로 8% 넘게 성장했다.
지난해까지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칸 포함)의 독점 무대였다. 국내에서 구입 가능한 픽업트럭은 렉스턴 스포츠 뿐이었고 저렴한 가격도 무기가 됐다. 2000만원 후반대에서 3000만원 초반이면 중간 트림 구매가 가능하고 트럭으로 분류돼 세금 부담도 없었다.
쌍용차는 올해 렉스턴 스포츠의 상품성을 개선한 다이내믹 에디션을 선보였다. 기존 렉스턴 스포츠에서 옵션이던 사양 상당수가 기본화됐고 다이내믹 서스펜션 세팅이 새롭게 이뤄졌다. 전고가 10mm 높아지며 핸들링 성능과 코일스프링 강성이 개선됐고 금속 재질의 언더커버와 LD커버도 마련돼 험로 주행에 있어 보다 안전해졌다.
이전부터 내세웠던 가성비(가격대 성능비)는 더 강력해졌다. 다양한 옵션이 기본 적용되고 서스펜션 세팅이 달라졌지만, 렉스턴 스포츠 다이내믹 에디션과 렉스턴 스포츠 칸 다이내믹 에디션 모두 3000만원 초반 가격을 유지했다. 쌍용차에 따르면 두 차량 모두 탑재 옵션 가격 대비 8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됐다.
미국 정통 픽업트럭을 내세우며 지난해 국내 출시된 한국GM의 쉐보레 콜로라도도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쉐보레 콜로라도는 지난해 11월과 12월 817대가 팔린데 이어 올해 8월까지 3552대가 판매되는 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통짜로 짜인 프레임에 차체 비틀림 저항 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상반기 수입차 '톱5'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1170L에 이르는 화물 적재 능력과 전국 400여곳에 자리한 쉐보레 A/S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GM은 지난달 2021년식 쉐보레 리얼 뉴 콜로라도를 국내에 공개했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신형 콜로라도는 국내에서도 출시 요청이 이어졌던 ‘Z71-X’ 트림을 앞세웠다. 상위 트림을 추가해 소비자들의 원하는 고급 사양을 추가하면서도 가격 인상은 최상위 트림 기준 300만원 수준으로 억제했다. 상세 사양과 가격 등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미국 오프로드 브랜드 지프도 지난 3일 올 뉴 지프 글래디에이터를 출시했다. 올 뉴 글래디에이터는 1992년 이후 30년 만에 지프가 선보이는 중형 픽업트럭이다. 차량 크기는 전장·전폭·전고 5600·1935·1850mm로 국내 출시 픽업트럭 가운데 가장 크다. 지난해 북미 올해의 차(NACOTY) 트럭 부문을 수상했을 정도로 지프의 기술력이 집약된 것은 물론, 유일한 컨버터블 픽업트럭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국내에는 3.6L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루비콘 트림을 6990만원에 선보였다. 1호차 오너이자 공식 브랜드 홍보대사로는 최근 ‘깡’ 역주행과 ‘싹쓰리’ 활동으로 인기를 끈 가수 비를 선정했다. 올 뉴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사전계약 접수 2주 만에 300대가 예약되면서 올해 국내에 배정된 물량이 완판(완전판매)됐다. FCA코리아는 6일부터 내달 18일까지 전국 전시장을 돌며 올 뉴 지프 글래디에이터를 선보이는 '지프 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익스플로러로 인기를 얻은 포드도 연내 픽업트럭 레인저를 국내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1983년부터 생산된 포드 레인저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도요타 타코마, 쉐보레 콜로라도에 이어 중형 픽업트럭 3위를 차지한 모델이다. 국내 출시될 차량은 지난해 완전변경(풀체인지)된 3세대 모델이다.
포드 레인저는 2.0 신형 디젤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210마력을 내는 도심형 픽업트럭이다. 전장·전폭·전고가 5354·1861·1815mm로 렉스턴 스포츠 칸이나 쉐보레 콜로라도보다 다소 작은 편이다. 가격이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렉스턴 스포츠만 있던 국내 시장에 다양한 미국산 픽업트럭이 들어오고 있다"며 "세단과 SUV에 밀려 비주류 취급을 받던 픽업트럭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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