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서울에서 거래된 1000억원 이상의 고가 빌딩들의 공시가격(토지+건물)은 시세의 4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이 시가의 절반도 안 돼 세금 특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17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1000억원 이상의 업무·상업빌딩 중 건물 가격 조회 가능한 73건을 분석한 결과 실거래가 총액은 21조6354억원이었다. 하지만 토지공시지가와 건물기준시가를 합한 공시가격은 9조9681억원을 기록해 평균 시세반영률에 47%에 불과했다.
공시지가의 시세반영률은 더 낮았다. 실거래가에서 건물가격(시가표준액)을 제외한 땅값(토지시세)과 정부가 정한 공시지가를 비교한 결과, 평균 시세반영률이 40%로 나타났다.
2019년에서 2020년 상반기까지 거래된 빌딩 34건에 대한 분석결과도 발표됐다.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49%,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41%를 기록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영시티 건물이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18%(공시지가 752억원·토지시세 4231억원)로 올해 조사된 빌딩 중 시세반영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실련 측은 “상업·업무용 빌딩의 공시가격이 부동산 유형 중 가장 낮게 결정되면서 재벌·대기업·건물주가 연간 수천억원의 보유세 특혜를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유세 부과 기준은 공시지가와 시가표준액을 합친 공시가격이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73개 빌딩에서만 총 815억원, 빌딩당 11억원 이상의 보유세 특혜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현재 73개 빌딩 전체의 공시지가 기준 보유세 총액은 450억원이지만 시세대로 세금을 부과하면 보유세액은 1266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73개 빌딩 중 보유세 특혜액이 가장 큰 빌딩은 2019년 가장 비싸게 거래된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빌딩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이 보유세를 추정한 결과 토지시세 기준 보유세액은 64억원이었다. 하지만 공시지가 기준 보유세액은 24억원으로 약 40억원 차이가 났다.
경실련 측은 “정부가 불공정한 과세 기준과 불평등한 세율을 만들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해 왔고 그로 인해 부동산 소유 편중 현상이 심화됐다”면서 “현재 40%대에 불과한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80%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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