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SMIC, 이중 상장 이어 美 제재까지…해외직구 개미들 두 번 울었다

입력 2020-09-07 17:03   수정 2020-09-08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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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인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MIC(중궈신지) 주가가 8월 이후 급락세다. ‘화웨이 죽이기’를 시도한 미국 정부가 SMIC를 두 번째 타깃으로 점찍고 블랙리스트 지정에 나선 여파다. 올 들어 홍콩증시에서 SMIC를 집중 매수한 한국의 해외주식 ‘직구족’들은 상하이증시 이중 상장으로 인한 주가 하락에 이어 또 한번 손실을 입게 됐다.

7일 홍콩증권거래소에서 SMIC는 23.04% 급락한 18.20홍콩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고점(7월 14일) 이후 낙폭이 56.45%에 달한다. 이날 하락에는 미국 정부가 SMIC를 무역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가 영향을 끼쳤다. 이날 SMIC는 상하이 스타마켓에선 11.29% 하락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이어 SMIC를 직접 규제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SMIC 주식을 집중 매수한 국내 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SMIC가 올해 67억달러 규모의 생산시설 투자를 발표하자 국내 투자자들은 중국 반도체산업에 대거 베팅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는 올 들어 SMIC 주식 2억2917만달러어치(약 2723억원)를 순매수했다. 중화권 종목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 중 64%(1억4667만달러)의 거래가 7월 고점 이후 이뤄졌다. 지난 7월 5일 SMIC는 상하이거래소 커촹반 상장을 발표하며 시장의 기대를 끌어모았다.

정작 상하이증시 상장이 이뤄지자 홍콩에 발이 묶인 국내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커촹반에 직접 투자할 수 없어 홍콩 시장을 통해 SMIC 주식을 거래한다. 하지만 SMIC가 상하이에 역대 중국 증시 2위 규모로 상장해 흥행에 성공하면서 중화권 자금은 대거 본토로 이동했다. SMIC가 상하이에서 7월 16일 상장 이후 8월 6일까지 상승을 이어가는 동안 홍콩에 상장된 주식은 7월 14일을 고점으로 21.65% 하락했다.

주가 전망을 두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제재가 화웨이처럼 다단계로 이뤄질 경우 SMIC가 정상적인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는 미국과 갈등을 이어간 결과 지난해 2억4000만 대였던 스마트폰 생산량이 내년에는 5000만 대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SMIC는 매출 중 수출 비중이 낮아 미국의 압박이 화웨이처럼 극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홍성철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4본부장은 “중국 내수시장의 규모와 성장성을 고려하면 전망이 어둡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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