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살 돈 부족한 매수자에게…'집주인 대출' 성행

입력 2020-09-07 17:40   수정 2020-09-0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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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아파트를 매수할 계획인 A씨는 집을 알아보던 중 한 집주인으로부터 “자신이 대출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존 주택 매도 자금과 전세보증금, 은행 대출, 퇴직금 중도 인출, 증여 등 갖가지 방법으로 소위 ‘영끌’을 해도 주택구입자금이 부족하다면 매도인이 부족한 금액을 융통해줄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A씨는 “중개업소에서 ‘집주인 대출’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같은 사례도 많다고 해 계약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서 집주인 대출이 암암리에 유행하고 있다.

정부 부동산 규제로 서울에서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이 원천 차단되면서 매도인이나 중개업소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이 새로운 영끌 수단으로 등장했다.

앞서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조인 ‘12·16 대책’으로 현재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시세 9억원 이하 아파트의 담보인정비율(LTV)은 40%, 9억원 초과, 15억원 이하는 20%로 책정돼 있다. 시세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아예 대출이 안 된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수요층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평균 가격은 각각 20억1776만원, 19억5434만원에 달한다.

담보대출이 어려워지자 시장에선 잔금이 급하지 않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일정 수준의 이자로 수억원을 빌려 주는 개인 대출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전세 임차인과 계약이 돼 있는 경우나 전세보증금이 적은 재건축 아파트 등 한번에 큰 투자금이 필요한 계약에서 매도인이 부족한 잔금을 메워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식이다.

강남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같이 전세가율이 낮은 아파트나 허가거래구역으로 묶여 갭투자가 금지된 대치동 등과 같은 지역에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대출 협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외 대출 규제 ‘틈새’를 찾기 위한 방법으로 매도인이 매도와 동시에 고가의 전세로 계약해 갭투자 비용을 줄여주는 경우도 있다. 반전세 보증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잔금 지불 기한을 임대차 계약 만기 시까지 연장해주는 대신 월세를 매도자가 받아가는 방식의 계약도 있다.

부동산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신용대출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신한·우리·국민·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24조2747억원으로, 올 들어 10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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