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한 파생상품은 고위험·고수익을 노리는 투기성 상품이 아니라 ‘불(bull) 콜 스프레드 거래’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분석했다. 불 콜 스프레드 거래는 행사가격이 높은 콜 옵션을 매도하고, 행사가격이 낮은 콜 옵션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주가의 완만한 상승을 기대할 때 쓰는 전략으로 기대수익은 다소 떨어지지만 주가가 하락해도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배신행위’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것은 손 회장이 추구하던 투자와 완전히 다른 형태이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IT업계의 벅셔해서웨이’가 소프트뱅크그룹의 사업모델이라고 말했다. “본업인 보험업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을 활용해 사업회사를 운영하는 한편 투자도 하는 이상적인 조합”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토대로 그는 ‘선단 전략’을 내세워왔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일본 3대 이동통신회사중 하나인 소프트뱅크,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Z홀딩스,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 ARM 등 1등 기업들을 거느리고 이들이 다시 여러 개의 ‘넘버1’ 계열사를 둬 소프트뱅크그룹 계열사 전체가 시너지를 내는 전략이다.
2019년 비전펀드 출범 이후 손 회장은 무리전략을 인공지능(AI)에 특화한 분야별 1등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을 사모으는 ‘AI 유니콘기업 선단 전략’으로 변형시켰다. 이에 비해 미국 기술주와 파생상품 투자는 선단 전략에서 완전히 벗어난 투자다. 이날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3월 이후 최대폭인 7.1%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손 회장이 생소한 영역에서 위험한 시도에 나선 것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가 해외 시장으로 바뀌었을 뿐 저평가·우량주를 사서 장기 보유하는 투자철학은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일본 상사주의 배당률은 도쿄증시 상장사 평균의 2배를 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미만으로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 상사주는 자원개발사업 비중이 커 캐나다 금광회사 배릭골드 주식을 사들이는 등 광산과 에너지 주식 투자를 늘린 행보와도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다. “세계에서 합작사업을 벌이는 5대 상사와 함께 이익을 올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매특허인 장기 투자도 예고했다. 버핏은 코카콜라 주식을 32년,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주식을 29년간 보유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