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키움투자자산운용은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 환매를 중단한다고 판매사들에 공지했다.
2018년 10월 출시된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는 영국계 글로벌 채권펀드 운용사인 H2O자산운용 등 해외 운용사의 채권펀드를 재간접 형태로 담은 공모펀드다. 한때 운용자산(AUM)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서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현재 AUM은 3600억원 정도다.
프랑스 금융당국은 지난달 말 H2O운용의 ‘알레그로’ ‘멀티본드’ ‘멀티스트레티지’ 등 3개 펀드에 대해 설정 및 환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 프랑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당 펀드의 비유동성 사모채권 편입 비중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H2O운용 펀드에 부실이 생겼다는 얘기는 지난해부터 나왔다.
외신에 따르면 H2O운용 펀드는 독일 사업가인 라스 윈드호스트가 투자한 회사들의 채권을 최대 13%까지 담았다. 하지만 이 회사들이 연이어 파산하면서 펀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 올 들어서는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 국채를 시장 흐름과 다르게 투자해 또다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펀드런(대량 환매 사태)을 우려한 H2O운용은 ‘아다지오’ ‘모데라토’ 등 다른 5개 펀드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환매를 중단했다.
키움운용 펀드는 이 중 멀티본드와 알레그로 등 2개의 H2O운용 펀드(편입 비중 22%)를 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판매사는 국민은행과 삼성증권, 신한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이다.
브이아이자산운용(옛 하이자산운용)의 재간접 사모펀드인 ‘브이아이H2O멀티본드’도 H2O운용의 멀티본드 펀드를 담고 있어 환매가 중단됐다. 환매 중단 규모는 약 1000억원이다.
국내 운용사 중에서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펀드도 최근까지 H2O운용 펀드를 재간접 형태로 담고 있었지만 환매 중단 펀드를 담고 있지 않거나 이미 전액 매각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미국 소상공인 대출에 투자하는 교보증권의 ‘로열클래스 글로벌M’ 사모펀드도 최근 환매가 연기됐다. 미국 소상공인 매출 채권에 투자하는 ‘탠덤크레딧퍼실리티’ 펀드를 담은 재간접 펀드다.
이 펀드는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매출 부진 등을 이유로 지난 3월 이미 환매가 연기됐지만 이번에 한 차례 추가 연기가 이뤄졌다. 환매 연기 규모는 250억원 정도다. 투자자 중엔 교보증권과 중소형 자산운용사는 물론 개인투자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앞으로 해외 재간접 펀드에서 비슷한 사례가 계속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재간접펀드는 유동성이 낮은 해외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여러 개를 언제든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로 운용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코로나19 이후 변동성이 심해진 장세에서는 환매 중단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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