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중 임상 마지막 단계인 3상에 진입한 것은 9개다. 이들 중 부작용이 보고돼 임상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ZD1222는 침팬지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운반체로 활용해 코로나19 면역 유도 유전물질을 몸 속에 넣는 방식이다.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키는 원리를 활용하기 때문에 백신투여로 인한 다른 면역 관련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있다. 지난해 존슨앤드존슨이 개발한 에볼라 백신이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한 백신이다.
뉴욕타임즈는 영국에서 이 백신 임상에 참여한 사람 중 한명에게 척수염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임상 중단의 원인으로 이 환자를 주목하고 있다. 척수에 염증이 생기는 척수염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뒤 몸 속에서 만들어진 항체(면역물질)가 정상 세포를 공격해 주로 생기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 등을 활용해 치료한다.
이 환자에게 생긴 척수염이 AZD1222 때문에 생긴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환자에게 척수염이 생긴 시기 등에 대해서도 알려지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백신 투여를 중단한 뒤 안전성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확보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보건복지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AZD1222 생산을 일부 국내서 맡고 이중 상당수를 국내에 공급하기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백신 개발과정에서 임상중단은 그렇게 드물지 않은 일"이라며 "임상 중단 원인, 심각성 등을 파악해 제조참여 계획에 대한 부분도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AZD1222 생산기술을 이전 받고 있다. 임상 시료 생산도 시작했다. 최악의 상황이 돼 AZD1222 개발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세계적으로 백신 생산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백신 생산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노바백스와도 코로나19 백신수탁생산(CMO) 계약을 맺었다.
업체 관계자는 “다른 백신 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노바백스가 임상에 실패하더라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에 속한 다른 코로나19 백신 개발 회사 물량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업계서는 전망했다.
다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이 백신의 데이터가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데다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하는 백신은 오랜 기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이노비오는 이날 서모피셔사이언티픽이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INO-4800) 제조 의향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백신이 승인되면 서모피셔사이언티픽 등 제조 컨소시엄을 통해 1억병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노비오는 미국에서 건강한 성인 40명에게 DNA를 활용한 INO-4800를 투여하는 임상 1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임상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의구심을 키웠던 업체 측은 이번 임상 결과를 논문으로 제출한 상태다. 이와 함께 FDA로부터 2·3상 시험 승인을 받아 이달 중 시작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전에 뛰어들기 보다는 안전성에 집중하겠다는 제약사들의 공동성명도 나왔다.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오엔테크, GSK, 존슨앤드존슨, 머크, 모더나, 노바백스, 화이자, 사노피 등 9개 회사는 "대규모, 고품질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 뒤에만 백신 승인을 신청하겠다"고 서약했다.
이지현/김우섭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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