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혜 생활경제부 기자) 스위스 럭셔리 워치 메이커 '로저드뷔' 하면 대담하고 스포티하다는 브랜드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스켈레톤 무브먼트(동력장치)로 유명한 로저드뷔는 '스포츠카를 타는 남성들이 손목에 차고 있을 법한 이미지'를 갖고 있죠. 그만큼 다이얼이 큼지막하고 디자인이 대범합니다.
마니아층도 두텁죠. 물론 투르비용(중력으로 인한 시간 오차를 줄여주는 기능)이나 스켈레톤 무브먼트 등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에 시계 가격대는 높은 편입니다.
로저드뷔가 올해 신제품으로 선보인 시계가 9일 상하이 시계박람회 '워치앤원더스'에서 공개됐습니다. 로저드뷔 대표 모델인 '엑스칼리버'의 디자인을 적용하되 지금까지완 달리 화려한 다이아몬드를 세팅했습니다. 제품명은 '엑스칼리버 수퍼비아'로,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블루 사파이어가 총 600개 세팅된 것이 특징입니다.
이 시계에는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공중에 떠 있는 두 개의 투르비용) 무브먼트가 들어갔고 케이스는 팔라듐을 넣은 화이트골드로 제작했다고 합니다. 보석들이 더 반짝이도록 만들었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건 전면에 보이는 다이얼 속 별 모양의 다이아몬드 장식입니다. 스켈레톤 무브먼트 위에 장식된 이 별은 실제로 하늘에 떠있는 별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됐습니다.
로저드뷔의 신제품은 딱 1점만 세상에 나왔습니다. 특별한 세공으로 보석을 세팅했기 때문에 한 점 만드는 데도 너무 공이 많이 들어갔다고 하네요. 이 시계의 특별한 점은 곡선 형태의 베젤(테두리), 케이스, 크라운(용두), 버클 등에 보석을 세팅할 때 마치 피라미드같은 형태로 넣었다는 겁니다. 아주 숙련된 워치메이커, 세공사가 조심스럽게 커팅한 보석을 세팅해서 완성했다는 얘기죠.
보석과 보석 사이의 이음새가 보이지 않도록 정교하게 맞물리게 하는 기법(인비지블 세팅)인데요, 그 자체가 워낙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곡면에 적용하기란 더 까다로웠다는 설명입니다. 보석 세공사 한 명이 보석 한 개의 세팅 마무리 작업(그루빙)을 하는 데만 평균 30분이 걸릴 정도라네요. 그루빙에만 900시간, 케이스 세팅에만 300시간, 베젤 세팅에 120시간 등이 소요됐다고 합니다.
로저드뷔가 이렇게 공을 많이 들인 것은 '도전정신과 대담함'을 중시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과감한 디자인, 혁신 등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에 늘 새로운 기술, 디자인에 도전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왔죠. 이번 신제품 시계에 까다로운 보석 세공법을 적용한 것도, 일본 공간 디자인 아티스트인 카즈 시라네의 예술작업을 접목시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대중성과 매출 증대를 위해서라면 아마 다른 선택을 했을 겁니다.
무려 11억2400만원에 달하는 이 시계는 현재 상하이에서 전시 중이고 국내에선 로저드뷔 부티크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스포티하면서도 화려하고 대담한 이 시계의 주인은 누가 될까요?(끝) /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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