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여객 수요 추락 속 화물 사업 확대에 나섰다. 기존 여객기의 좌석을 떼내고 화물기로 개조한 항공기로 수익성 방어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형항공사(FSC) 중 대한항공이 화물 수송을 위해 좌석을 떼내는 개조작업을 거친 보잉777-300ER 기종을 처음으로 화물 노선에 투입했다. 대한항공의 계열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도 여객기를 화물 전용기로 개조하기로 했다. 또 다른 FSC 아시아나항공도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거쳐 여객기 개조에 나설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여객기를 개조한 화물 전용 항공기 KE9037편은 지난 8일 밤 10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현지시간으로 같은날 밤 10시 미국 콜럼버스 리켄베커 공항에 도착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일부 외국 항공사들이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을 수송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첫 사례다. 대한항공은 이번 화물 전용 항공편 투입을 위해 코로나19로 멈춰선 여객기 중 2대를 화물 수송이 가능한 항공기로 개조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0일 국토교통부에 여객기 좌석을 제거하고 객실 바닥에 화물을 탑재할 수 있도록 하는 개조작업 승인을 신청했다. 국토부는 제작사인 보잉의 사전 기술 검토 및 항공안전감독관의 적합성·안전성 검사를 거쳐 지난 1일 개조작업을 승인한 바 있다.
보잉777-300ER 여객기의 경우 일반적으로 항공기 하단의 화물 적재 공간에 약 22t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여기에 승객이 탑승하던 항공기 상단의 객실 좌석(프레스티지 42석·이코노미 227석)을 제거해 약 10.8t의 화물을 추가로 실을 수 있게 됐다고 대한항공은 전했다.
대한항공은 앞서 코로나19로 운휴 중인 보잉777-300, 보잉787-9, A330-300 등 여객기의 벨리(하부 화물칸) 수송을 적극 활용하며 화물시장 수요에 대응해 왔다. 올 4월부터 9월까지 승객 없이 화물만 수송한 여객기 운항 횟수는 월 평균 420회, 월 평균 수송량은 1만2000여t에 달한다.
이 같이 화물에 초점을 맞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분기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낸 와중에 '깜짝 실적'을 거둔 바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고효율 대형 화물 기단의 강점을 활용해 화물 수익 극대화를 꾀했다"며 "2분기 세계 유수의 항공사들이 사상 최악의 적자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영업이익 1485억원을 거두는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중대형 항공기 B777-200ER를 보유한 진에어도 다음달 해당 기종의 화물 전용기 개조에 나선다.
추석 연휴까지는 해당 항공기를 여객 운송에 투입한 후 대한항공과 같이 기내 좌석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개조하기로 했다. 항공기 수리와 개조가 항공기기술기준에 적합한지 등에 대해 국토부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진에어는 앞서 해당 여객기를 화물칸을 활용하는 벨리 카고 방식으로 타이베이 노선 등에서 운영한 바 있다.
진에어 측은 "B777-200ER 기종은 화물칸 내 온도 및 습도 조절이 가능하고 약 15t 규모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며 "화물 전용기로 전환되면 탑재 규모가 10t 가량 늘어나 25t까지 화물을 실을 수 있어 사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LCC 중에서는 티웨이·제주항공 등이 하반기 수익성 증대를 위해 기내 좌석 위에 화물을 싣는 방안 등 화물 운송 사업 확대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