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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이 급등했던 노무현 정부 때도 재건축 규제 완화 여부가 심각하게 논의됐다. 2005년 8·31 대책을 마련하면서 공급 대책에 재건축 규제 완화를 포함할지를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결론은 반대로 재건축 규제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났다. 규제 완화 여부를 검토했다는 언론 보도 자체를 부인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듬해 3·30 대책에서 재건축을 올스톱시킨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도입했다.
더 근본적으로는 그 정도 공급 대책으로는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봤다. 당시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강남 공룡에 소 몇 마리 던져준 들”이란 표현을 썼다. 그는 강남을 공룡에 비유했다. 공룡에 소 몇 마리 던져준다고 배가 차겠냐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도 강남은 전국구란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전국에서 밀려드는 수요를 재건축 규제 완화만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건축 규제 강도는 더 심해졌다. 대출을 끼고 사는 것을 금지하더니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세를 끼고 사는 것까지 막았다. 노무현 정부 때 정책을 담당했던 이들이 이 정부에서 정책을 만들고 있어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실무자(주택정책과장)가 현재 재건축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박선호 국토부 차관이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시 국무총리였다.
차라리 이명박 정부 정책에서 배워보는 건 어떨까. 이명박 정부는 세곡동 자곡동 등 강남 턱밑에 반값 아파트를 왕창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보금자리주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리면서 주택시장 장기 침체를 야기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강남 집값만큼은 확실히 잡았다. 이 덕분에 박근혜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풀어 공급에 나설 수 있었다. 강남 집값도 집값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1000달러 시대에 지은 집에서 계속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슬럼화 문제는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문제를 키우면서 공룡 타령만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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