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된 아파트를 두고 "가격하락 신호"로 설명한 정부의 판단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극히 일부의 거래를 두고 시장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2주전엔 시세 대비 3억원 낮은 아파트 거래를 '이상거래' 혐의로 적발하기도 했던 터라, 같은 상황에 다른 잣대를 들이민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제6차 부동산시장점검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시내 주요 아파트의 거래가격이 하락한 사례를 들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초구 반포자이(84.94㎡)가 7월초 28억5000만원에서 8월중 24억4000만원으로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과열양상을 보이던 서울?수도권의 매수심리가 8월들어 관망세로 돌아서며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반포자이를 비롯해 일부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크게 떨어졌던 사례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송파구 리센츠(27.68㎡)는 7월초 11억5000만원에서 8월중 8억9500만원으로, 노원구 불암현대(84.9㎡)는 7월초 6억8000만원에서 8월초 5억9000만원으로,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3단지(59.92㎡)는 7월중 14억에서 8월초 11억원으로 떨어졌다.
시세 대비 3억원 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된 아파트는 얼마 전에도 이슈가 됐다. 홍 부총리가 주재한 지난달 26일 4차 부동산시장점검관계장관회의에 시세가 14억5000만원인 용산구 아파트가 11억5000만원에 거래된 사례가 안건으로 올라왔다.
급매물의 출현으로 인한 가격 하락세를 진단했던 6차 회의때와 달리 이날의 주제는 불법 거래의 적발이었다. 해당 아파트는 불법 거래로 적발돼 국세청에 통보됐다. 친족간 거래였기 때문이다. 언니에게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넘겨받으면서, 언니는 양도세를 줄이고, 동생은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것이다.
마포구청에 따르면 홍 부총리가 9일 가격하락 신호 사례로 언급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 거래도 '친족간 거래'였다. 2주전엔 불법이라고 판단했던 사례를 지금은 가격하락 신호로 본 것이다. 정부가 같은 상황을 두고 다른 잣대를 들이밀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급매물 사례를 통한 시장 판단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홍 부총리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시세를 모르는 일"이라는 비판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언급된 주요 아파트 단지의 경우 홍 부총리가 언급한 사례 외에는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포자이는 여전히 28억원대에 거래되고 있었고, 11억원대에 살 수 있는 '마래푸' 아파트도 전무한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극히 일부 급매물의 경우 시세 대비 크게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하지만 이를 근거로 시세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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