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3월 인터넷 대출을 통해 휴대폰 번호만 아는 성명불상자로부터 50만원을 빌렸다. 한 차례 이자납입(주 16만원)이 지연되자 A씨는 채권자로부터 갖은 협박과 욕설을 들어야 했다.
1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피해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이 같은 불법추심행위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직장 방문, 가족 및 지인에 연락하기, 폭언 등 수법은 다양했다. 공단 측은 채무자들을 대리해 채권자들의 불법 추심과 초과금리 부과 등 범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본격 시행한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공단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 건수는 총 492건으로 집계됐다.
채무자대리인 제도란 채무자가 변호인 등 대리인을 선임할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직접 빚 독촉을 할 수 없고 대리인과 협의하도록 한 제도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불법사금융 피해자들을 대리해주고 있으며, 관련 비용은 금융위원회가 지원한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 492건 가운데 164건에 대해 채무대리인 선임이 완료됐다. 9건에 대해선 공단이 피해자를 대리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공단이 이 173건을 분석한 결과 미등록 대부업체 피해자가 133건으로 76.8%를 차지했다.
피해금액별로 따지면 100만원 이하 소액 대출 피해자가 74건(4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0만원 이하’ 53건(31%), ‘1000만원 이하’와 ‘1000만원 초과’는 각 23건(13%)이었다.
공단의 이동렬 구조국장(변호사)은 “생활고로 인한 대출도 있지만, · 고금리를 감당 못해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피해자들 중 131명(76%)은 불법추심행위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 법정 상한선(연 24%)을 넘긴 초과금리 피해자도 63명(36%)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국장은 “불법사채업자들은 피해자들이 주변에 알려질까봐 두려워하는 심정을 악용해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금융감독원이나 법률구조공단에 적극 신고해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활용하면 불법사금융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