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최악은 지났다'…자동차 강판 등 판매 정상화 기대

입력 2020-09-10 15:02   수정 2020-09-10 15:07

국내 철강산업은 올 2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회복할 것이다. 경기 둔화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어 회복의 속도와 폭은 당초 예상에 못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은 지났다는 점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정별 수익성을 살펴보면 고로(판재류)의 회복과 전기로(봉형강류)의 하향 안정화가 예상된다.

고로의 수익성 회복을 추정하는 배경은 판매량 개선에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주력 제품의 판매량이 급감했기 때문에 경기 회복 국면에선 그만큼 개선될 여력이 있다. 특히 국내 고로업체의 올 2분기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었던 자동차 강판은 판매 차질이 정상화되면서 향후 수익성 개선을 견인할 것이다. 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올 1분기에 작년 동기 대비 25%, 2분기에 50% 가까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강판의 판매량도 급감했다. 반대로 경기가 회복되고 코로나19 여파가 잦아드는 국면에선 기저효과와 만회 물량을 기대해볼 수 있다.

스프레드(판매 가격-원료 비용) 축소로 수익성 개선 폭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철광석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어 올 4분기 스프레드는 반락할 가능성이 높다. 연초 93달러였던 호주산 철광석(분광 62% 기준) 수출 가격은 현재 128달러로 38% 상승했다. 국내 고로사는 제선원료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계약부터 실제 투입까지 통상적으로 최소 두 달의 시차가 발생한다. 현재 철광석 가격은 올 4분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는 의미다.

문제는 철광석 가격의 상승이 구조적이라는 데 있다. 현재 철광석은 2014년 초 수준의 수급 양상을 띠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사실상 최대로 생산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철광석 수요가 견조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주요 광산국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철강 공급의 60%를 과점하고 있다. 고로 비중은 90%에 달한다.

철강업은 산업 집중도가 낮아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비용 인상(cost-push)이 제한된다. 광산업체 ‘빅4’가 세계 해상물동량의 80%를 과점하고 있는 반면 상위 20개 철강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40% 미만이다. 가격 협상력이 열위에 있다는 말이다. 산업 집중도 향상 관련 중국이 내년에 발표할 제14차 5개년 경제발전계획에 추가적인 철강개혁안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상위 10개사의 산업 집중도 60%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 철강재 가격이 올 하반기 추가로 상승할 여력은 있다. 중국 내수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국내 유통 가격은 통상 중국 내수 가격을 30~45일 후행한다. 중국 열연 내수 가격은 연초 대비 5% 상승해 이미 코로나19 확산 이전을 넘어섰다. 국내 유통 가격의 경우 3%를 밑돌고 있다.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중국의 재고량도 내수 위주의 소재인 봉형강이 대부분을 차지해 수출 경쟁인 판재는 상대적으로 위협에서 자유롭다. 올 8월 철강재 재고는 1549만t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 늘었다. 종류별로 보면 봉형강이 1063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 늘었다. 판재류는 486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 줄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철강산업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성장이 둔화됐다.

미·중 무역전쟁도 재점화하고 있다. 세계 철강 시장은 신보호무역주의와 2018년 무역 전쟁으로 지역 간 공급 과잉이 심화됐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수출량 감소는 물론 물동량의 고립으로 인해 아시아 지역의 공급 과잉을 가중시킨다.

중국의 철강산업이 정점을 지나면서 자동차 강판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쟁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기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내연기관보다 무겁기 때문에 주행거리 확보를 위한 경량화가 최우선 과제다. 따라서 미래에는 초고강도·초경량 강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swhong@kbf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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