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가 어려워지면서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하는 20대 젊은 층이 생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일자리를 잃어 ‘코로나 우울’에 빠지는 사례도 많다. 김현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은 10일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가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며 “20대 자살 고위험군이 급격하게 증가한 데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경기침체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20대의 대출액, 카드연체율, 현금서비스 사용률, 실업률 등이 급증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0대의 1인당 총 대출액은 728만원으로 전월 대비 4.27% 증가했다. 30대(1.97%) 40대(0.75%) 50대(0.19%) 등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김 센터장은 “코로나19로 휴업 또는 폐업하는 식당과 카페가 많아지면서 20대가 대거 일자리를 잃었다”며 “당장 생활비가 막히자 카드값을 연체하고 현금서비스를 사용하다가 급기야 월세를 못 내 주거 위기에 내몰리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20대 중에서도 여성, 1인가구, 비정규직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센터장은 “20대 여성 자살시도자 수가 다른 세대에 비해 3~4배 이상 많다”며 “다른 세대는 코로나19 전후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 20대가 유독 증가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모로부터 독립해 혼자 사는 20대는 사회적 기반 없이 불안정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현진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도 “코로나19 여파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20~30대가 많아지고 있다”며 “일자리가 사라진 데 따른 경제적 어려움, 심리적 부담이 커지면서 우울이 깊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심리·정서적 문제를 겪는 만 19~31세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청년 마음건강 심층상담 무료지원’ 사업에 신청자가 몰리는 것도 이런 영향으로 분석됐다. 이 사업은 심리·정서적 문제를 겪는 청년에게 1 대 1 심층상담을 제공한다. 4월과 8월 각각 1500명을 모집했는데 모두 금세 마감됐다.
정지은/김남영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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