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에 나선 ㈜두산이 목표금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연 5.4%의 금리를 제시했음에도 냉랭한 투자심리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이 2년 만기 회사채 5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이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5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팔리지 않은 450억원어치 중 350억원은 주관사인 산업은행이, 나머지 100억원은 또 다른 주관사인 KB증권과 인수단인 유진투자증권이 나눠서 인수하기로 했다.
고금리를 내세웠음에도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두산은 이번 수요예측을 앞두고 회사채 희망금리를 연 4.9~5.4%로 제시했다. 웬만한 은행 특판 예·적금 금리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두산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아래에서 두번째인 ‘BBB’다.
비우량 회사채 발행여건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하반기 들어서도 현대일렉트릭 AJ네트웍스 한진 등 신용등급 A- 이하 기업들이 잇달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 기관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저신용 회사채의 핵심 투자자인 단위 농협·수협·신협 등 서민금융기관과 개인투자자도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두산그룹이 한창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것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매물로 내놓았던 두산솔루스, 두산모트롤, 클럽모우CC 등이 새 주인을 찾고 두산중공업이 1조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자구안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채권 투자자들의 관심을 돌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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