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티파니 M&A 무산이 美·佛 관세갈등 탓?

입력 2020-09-10 17:47   수정 2020-09-11 01:22

세계 최대 명품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를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 티파니는 손해배상 소송을 내며 반발하고 나섰다.

LVMH는 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프랑스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티파니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LVMH는 성명을 통해 “프랑스 외무부로부터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위협을 감안해 인수 일자를 내년 1월 6일 이후로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에 따라 당초 합의상 인수 마감 시한인 올 11월 24일을 지킬 수 없게 됐고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할 의사가 없다”고 설명했다.

LVMH 측에서 제시한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 서한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위협이 프랑스 상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인수 연기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언급된 2021년 1월 6일은 미국이 프랑스에 디지털세와 관련해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한 시기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7월 디지털세를 도입하자 미국은 “프랑스가 미국 정보기술 기업을 차별한다”며 13억달러 규모의 프랑스 제품에 25%의 보복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티파니는 즉각 소송을 내며 “인수 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티파니는 이날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LVMH를 상대로 계약을 이행하거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초기 계약서엔 티파니가 5억7500만달러에 합의 철회가 가능한 조항이 있었지만 LVMH는 이 같은 선택권이 없어 규정 위반이라는 게 티파니 측의 주장이다.

LVMH도 곧바로 맞소송을 예고했다. LVMH는 티파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지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딜은 코로나19 대유행 전이자 명품 산업의 호황기였던 작년 11월에 이뤄졌다”며 “명품업계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황이 변했다”고 전했다.

LVMH는 지난해 11월 티파니를 160억달러(약 19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지난 2∼7월 티파니의 수익은 작년 동기(20억5000만달러)보다 37% 줄어든 13억달러에 그쳤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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