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나 한 듯 함께 살아났다. 표정에선 자신감이 묻어났고 그린을 나서는 발걸음은 경쾌했다. 큰 무대에서 강한 두 ‘메이저 퀸’ 전인지(26)와 박성현(27)이다.
전인지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CC(파72·6763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총상금 310만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으며 5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선두 넬리 코다(6언더파·22·미국)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를 친 박성현도 공동 9위에 오르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전인지는 “지난 1년 반 정도 골프를 즐기지 못했지만 지금은 (골프에 대한) 열정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로 4개월 동안 한국에서 쉬면서 리프레시할 수 있었다”며 “사람들을 돕는 의료진을 보면서 내 일에 대해서도 생각했는데, 마음가짐이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이 빛났다. 티샷을 페어웨이에 잘 떨궈 85.71%(12/14)의 안착률을 기록했고, 그린에도 안정적으로 공을 올려 77.78%(14/18) 적중률을 기록했다. 11번홀(파5)까지 5타를 줄이면서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16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한때 2타 차 선두까지 치고 나갔다. 옥에 티는 17번홀(파3). 1.5m의 짧은 파퍼트를 놓쳐 1타를 잃었다. 그러나 마지막 18번홀(파5)을 파로 막아 더는 순위에서 밀리지 않았다. 전인지는 “내가 완벽하지 않으니 나에게 주어진 한 샷에만 집중하자고 되뇌었다”며 “이 덕분에 좋은 라운드를 치렀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전인지와 공통분모가 많다. 그중 하나가 큰 무대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는 점이다. 전인지처럼 LPGA투어 첫 우승을 US여자오픈(2017년)에서 차지했다. 메이저 우승컵도 2개로 똑같다. 최근 꽤 긴 시간 동안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고전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박성현은 “한동안 연습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 나은 상태”라며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김세영(27)과 이미향(27) 등도 3언더파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3년 이 대회 우승자 ‘골프 여제’ 박인비(32)는 버디 3개와 보기 4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 공동 57위에 머물렀다.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인 고진영(25)은 코로나19 여파로 불참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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