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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미국 대중음악 히트곡의 가늠자인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정상에 오르면서 K팝을 비롯한 국내 문화 콘텐츠산업의 글로벌화와 성장 속도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990년대 후반 드라마 ‘겨울연가’로 아시아에서 K드라마 열풍을 불렀던 한류 1.0시대, 2000년대 중반 소녀시대를 필두로 한 K팝이 미국과 유럽, 중남미와 중동 등에도 인기를 끌었던 한류 2.0시대, 2012년 싸이의 댄스곡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휩쓸며 한국 대중문화 전반에 관심이 높아진 한류 3.0시대에 이어 2020년 들어 영화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가 각각 아카데미상과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하며 한국의 문화 콘텐츠인 K컬처가 세계 정상급 수준을 보여주는 한류 4.0시대가 본격화하리라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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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K팝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것이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설명이다.
경제학에서도 경쟁은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고 본다. 수요자와 소비자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에 특화할 수 있다. 그 덕분에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가장 효율적으로(가격이 싸거나 질이 좋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산업에 비유하자면 대중은 노래를 잘하거나 연기를 잘하는 연예인을 선호하고 그들의 노래 및 영화를 구입한다. 연예인들은 경쟁을 통해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부문에 특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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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가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성장한 것은 국내와 해외 시장의 경계를 허물며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덧붙인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라는 좁은 틀에 갇히기보다 세계를 무대로 스토리를 만들고, 세계인의 공감을 살 만한 정서를 입혔다는 것이다. 국내라는 좁은 알을 깨고 세계로 비상한 셈이다.
글로벌화와 관련해 자주 거론되는 사건이 영화 스크린 쿼터 논란이다. 스크린 쿼터는 자국 영화를 1년에 며칠 이상 상영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인데, 2006년 연간 의무상영일을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할 당시 국내 영화계는 한국 영화가 사멸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한동안 줄었던 한국 영화 점유율과 제작편수는 2000년대 후반부터 늘어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오히려 한국 영화 점유율이 외국 영화를 압도하며 관객 1000만 명을 넘기는 대작들도 제작되고 있다. ‘올드보이’ ‘설국열차’ ‘박쥐’ 등이 세계적 호평을 받은 것도 스크린 쿼터 축소로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높아진 때문이다. 이른바 ‘개방의 역설’이다. 글로벌 경쟁을 통해 K무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결과 ‘기생충’ 같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도 탄생한 것이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② 개방형 수출주도 경제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이 쌀 등 주요 농산물 시장을 완전 개방하면 우리 농업의 국제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을까.
③ K컬처가 세계 정상급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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