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은 디지털 경제 시대의 소리 없는 동력원이다. 전체 노동자의 아주 일부가 주문형 플랫폼 기업을 위해 일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전통적인 일자리 대부분이 문을 닫은 오늘날 플랫폼 노동을 통해 일상생활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플랫폼 노동에 의존하는 경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국가를 막론하고 플랫폼 노동자들의 감염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무의 성격상 대부분이 재택근무가 불가능하고, 자가격리의 여유가 없어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도 불가능하다. 플랫폼을 통해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물건을 나르고, 음식을 배달하는 일은 집에서 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팬데믹으로 학교가 문을 닫고 홈스쿨링이 장기화되면 이들 플랫폼 노동을 주업으로 삼는 가정은 심각한 소득 감소를 경험한다. 케임브리지 경제학자들이 시행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연간 2만달러 미만을 버는 노동자들은 4만달러 이상 소득의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집에서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절반에 불과했다.
플랫폼 기업은 수요와 공급 모두를 유인하지만 기본적으로 공급이 수요보다 크도록 설계돼 있다. 우버 운전자가 많아야 가장 가까운 차량에 승객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긱(gig) 노동자들이 오랜 노동시간과 낮은 임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게다가 독립계약자 지위로 인해 모든 비용까지 부담하니 개별노동자와 사회 전체는 손실을 경험하지만 플랫폼 기업은 이익을 볼 수 있다. 한편, 플랫폼 기업은 근로자를 독립계약자로 고용함으로써 높은 가격과 책임의 회피를 통해서도 이익을 볼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은 기존 시장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훨씬 싼 가격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하지만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의존도가 높아진 뒤엔 이런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올라가도록 설계된 우버의 탄력요금제가 대표적이다. 우버의 경제연구 책임자였던 키스 첸은 인터뷰를 통해 우버는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배터리 수준을 살펴볼 수 있어 배터리 잔량이 적은 사람에게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플랫폼 기업은 책임을 회피한다. 2014년 1월 당시 네 살이던 소피아 류가 우버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우버 측은 단지 온라인 플랫폼으로서 승객과 기사를 연결해줬을 뿐 책임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언론의 거센 비판으로 우버는 한발 물러섰지만 법의 처분이 아니라 우버와 부모 간 공개되지 않은 금액으로 합의했다.
많은 분야에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비즈니스가 존재하고, 독립계약자인 플랫폼 노동자의 개별 상황도 모두 다른 탓에 단편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보다 큰 시각에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책임이 플랫폼 노동자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에 귀속되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플랫폼 기업을 사용자로 볼 수 있는 시각이 뒷받침돼야 한다. 플랫폼을 규제할 새로운 법률 제정 논의가 한창인 지금, 기업과 근로자 어느 일방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모두에 이익이 되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 경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 발생하면 취약점 드러내
노동자·기업 포용하는 지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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