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5년 구형…법정서 울먹인 'KBS 女화장실 몰카' 개그맨

입력 2020-09-11 11:51   수정 2020-09-11 11:54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건물 여자 화장실에 불법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던 개그맨이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류희현 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성적 목적 다중이용 장소 침입 등 혐의를 받는 개그맨 박모(30)씨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구형하고 5년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복지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요청했다.

검찰은 구형의견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계획적이고 치밀한 범행이었고 장기간에 걸쳐 행해졌다"면서 "인적 신뢰관계가 있는 직장 동료들을 상대로 한 범행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은 엄벌을 원하고 있다"며 "피해자 측 변호사는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 또한 상당하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 변호인단도 "피고인이 잘못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하는데, 저희가 수사 과정에서 확인한 결과 피고인 진술과 달리 범행이 더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다"면서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찍힌 영상을 확인하면서 피고인에게 다시 한번 속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들은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힘들어하고 있다"며서 "피해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처방전은 강력한 처벌 뿐"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지금도) 화장실 갈 때마다,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두리번 거려야 하고 불안한 마음에 잠도 제대로 못 잔다"며 "이런 것을 참작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의 구형을 들은 박씨는 최후진술에서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박씨는 "상처받고 고통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향후 재범 방지를 위해 정신과 치료 등 교육이든 어떤 것이든 다 받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중에 나가게 된다면, 피해자들께 다시 한번 용서를 빌겠다"며 "나보다 남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며 자원봉사자의 길로 들어서 봉사와 기도를 하면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박씨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영리목적이 없었고, 촬영물을 공유하거나 유포한 사실이 없다. 일부 피해자와는 합의에 이르렀다"면서 "철저히 반성하고 잘못을 모두 시인하고 있으며 초범이기도 하다.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 2018년 KBS 연구동 화장실에서 칸막이 위로 피해자가 용변을 보는 모습을 촬영한 것을 비롯, 지난 4월까지 총 32회에 걸쳐 피해자를 촬영하거나 촬영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5월27일부터 29일까지 15회에 걸쳐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피해자 등을 촬영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자신이 설치한 몰카에 본인이 찍혀 덜미가 잡혔다. 박씨는 몰카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비춰본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박씨가 KBS 직원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가 여성단체 등의 반발이 이어지자 "커다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발 물러선 바 있다.

KBS의 개그맨 공채 시험은 합격자들이 1년간 KBS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는 조건이다. 이후부턴 공채 기수를 토대로 프리랜서 개념으로 활동한다.

KBS는 박씨에게 'KBS 희극인 6등급'을 부여하고, 해당 등급에 따른 출연료를 지급해왔다. 박씨는 검거 전까지 KBS '개그콘서트'에 출연했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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