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12억3000만원 당첨 후 벌어진 가족의 비극

입력 2020-09-11 13:41   수정 2020-09-11 13:52

'로또 1등'에 당첨된 뒤 자산을 탕진하고 빚 독촉에 시달리다 남동생을 무참히 살해한 5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 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김성부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58)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0월11일 오후 4시께 전북 전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동생 B 씨(50)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이들 가족의 비극은 2007년 A 씨가 로또 1등 당첨금 12억3000만원을 손에 쥐면서 시작됐다.

A 씨는 당첨금을 수령한 뒤 남동생들에게 1억5000만원씩 나눠주고, 여동생과 작은아버지 등 다른 가족들에게도 수천만원씩 건넨 뒤 자신은 전북 정읍에서 정육식당을 열었다.

B 씨는 A 씨로부터 받은 돈에 자신의 돈을 보태 집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로또 당첨 소식을 접한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고, 이에 응하다 보니 A 씨의 통장 잔고는 금세 바닥났다. 원금과 이자를 내겠다고 돈을 빌려간 지인들과의 연락도 끊겼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B 씨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지만 식당 영업이 여의치 않자 대출 이자조차 제때 갚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대출금 상환이 늦어지면서 금융기관 독촉이 이어졌고, 이로 인한 형제간 다툼이 잦아지면서 형제 사이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동생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격분한 A 씨는 만취 상태로 정읍에서 전주까지 차를 몰고가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중범죄"라면서도 "피고인이 사건 당시 술을 마시고 피고인을 찾아와 우발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가족이 법원에 선처를 탄원하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도 범행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반성을 하는 것으로 보여 감경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 보여 형량을 다시 정했다"고 양형 감경 사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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