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12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매수하는 협상이 곧 타결될 전망이며, 이르면 14일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각 금액은 400억달러 이상으로, 소프트뱅크가 2016년 ARM을 인수할 때 쓴 320억달러에서 4년 만에 25% 뛰었다.
엔비디아는 컴퓨터 그래픽에서 쓰이는 GPU 분야의 선두 업체다. 현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과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단순한 계산 여러개를 한꺼번에 풀어내는 병렬식 연산에 강한 GPU의 특징을 활용하는 것이다.
신사업에 대한 기대로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2.6배 올랐다. 지난 11일 기준 시가총액은 3002억달러로 반도체 부문 전통의 강자인 인텔(2095억달러)의 1.5배에 달한다.
엔비디아는 ARM 인수로 신사업 관련 역량을 배가한다는 계획이다. ARM은 1990년 영국 에이콘컴퓨터와 미국 애플 등이 전력 소모가 적은 반도체 칩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세운 회사다. 설립 단계부터 모바일 기기에 특화한 설계 전문 기업이다.
ARM의 사업 모델은 AP 기본 설계도를 개발해 특허를 받고, 이 사용권을 애플이나 삼성, 퀄컴 등 AP 업체에 판매하는 것이다. 각 업체들은 ARM홀딩스의 기본 설계도를 기반으로 각자 최종 제품을 개발한다.
모바일 부문에서 ARM의 설계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세계 스마트폰의 95%, 태블릿PC의 85%가 ARM의 기본 설계를 바탕으로 제작한 AP를 채택했다. 사용료만 받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영향력에 비해 회사 규모는 작다. 지난해 기준 직원 수는 6700여명, 매출은 19억9800만달러(약 2조2500억원)다.
업계에선 ARM이 갖고 있는 파급력 때문에 엔비디아의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4년 전 소프트뱅크의 인수는 일본에 유력 AP 기업이 없고 소프트뱅크가 영국 사업을 유지한다고 약속해 큰 저항이 없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거의 모든 사업 영역에서 ARM의 기존 고객사들과 경쟁하고 있다. 독점 시비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ARM의 고객사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은 "영국의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미국으로 넘어가면 영국 내 양질의 일자리도 실리콘밸리에 빼앗길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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