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10만원에서 20만원 사이의 추석 선물세트를 대폭 늘리고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정청탁금지법을 일시 완화, 추석 선물 상한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높이면서다. 명절 선물센트는 명절 수개월 전 기획하기 때문에 품목 자체를 바꾸거나 추가하기는 쉽지 않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기존 품목의 물량을 추가 확보하거나 20만원 이상이던 품목의 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손님 잡기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14일부터 시작하는 추석 선물세트 본 판매에서 20만원 이하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 추석보다 20% 늘렸다. 신세계에서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추석 선물세트 매출 중 10만원 미만 세트 비중이 36~37%였다. 10만~20만원대 세트 비중(26~28%)보다 높았다.
한우와 굴비가 추석 선물세트 가격 조정의 핵심이다. 신세계는 국내산 냉장 한우 불고기와 국거리, 산적 등으로 구성한 세트와 차돌박이, 관자, 표고버섯 등으로 구성한 세트 등을 각각 18만원에 내놨다. 굴비와 은갈치, 전복 등 20만원 이하 국내산 수산선물세트도 새로 구성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한우 선물세트를 10만원 미만으로 구성하는 게 불가능했지만 상한액 조정 후 불고기와 국거리 중심으로 20만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도 선물 상한액 상향에 맞춰 한우와 굴비 등 10만∼20만원 선물세트 물량을 20∼30% 확대할 계획이다. 한우선물세트는 보통 3∼4㎏으로 구성되지만 현대백화점은 여러 부위를 200g씩 담아 1.2∼1.5㎏으로 꾸린 소포장 상품을 늘리기로 했다. 채끝스테이크와 등심스테이크를 400g씩 담은 17만원짜리 ‘현대 한우 소담 화(花)’세트 등이 대표 상품이다. 굴비는 10마리 13만원 세트와 20마리 20만원 세트 등을 내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통업계는 뜻밖에 추석 선물특수를 누리고 있다. 추석 선물세트 예약 판매 매출은 전년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1일까지의 예약 판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정육(99%), 수입 식료품과 와인 전통주 등 주류 제품은 각각 226%, 105% 늘었다. 이마트도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진행한 추석 선물세트 예약 판매 매출이 전년보다 20.1% 늘었다. 고가의 한우 세트와 샤인머스캣 등의 프리미엄 과일 세트도 구성했다. 이마트는 20만원 이하의 프리미엄 과일과 수산 선물세트 등을 다양하게 출시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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