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지는 해가 서산으로 자빠지면서도
마지막까지 후려치는 은행나무 뒤통수
우수수 잎이 떨어질 날은 아직이지만
나뭇잎에 물든 노란 모래알들이
뿌옇게 흩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눈물 닦는 법
반복해서 배워 다행입니다
시집 《불안할 때만 나는 살아있다》(문학동네) 中
가을입니다. 가을이 오면 시도 때도 없이 눈물 나는 사람이 보고 싶습니다. 무엇이든 가슴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계절을 앞에 두고 눈물을 닦아내지 않는다면 이 계절과는 제대로 인사하는 것 같지가 않으니까요. 그래서 가을이 오면 눈물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건지도요. 시인은 은행나무 뒤통수로 번져가는 일몰을 보며 눈앞이 흐려지고 있군요. 잎이 떨어질 날이 멀었대도 잎이 떨어지듯 붙들고 있던 마음들이 자꾸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드나봅니다. 가차 없이 소멸을 준비하는 이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서 우리가 우는 것 말고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가을이 올 때마다 눈물 닦는 법을 배워 둬서 다행입니다.
이소연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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