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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합니다. 현실판 토니 스타크.”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일대기를 담은 유튜브 영상에 한 주주는 이런 댓글을 남겼다.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의 주인공 이름이다. 이 네티즌은 이어 이렇게 덧붙였다. “오늘 테슬라 주식 1000만원어치를 샀습니다. 다 잃어도 좋으니 좋은 일에 써 주십시오.”
밀레니얼 세대가 어떤 투자자인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물론 이들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다. ‘곱버스(곱하기+인버스)’와 테마주에 뛰어드는 불개미가 되는가 하면, 자신이 믿는 ‘가치’를 좇는 회사에 큰돈을 투자하기도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식투자자 1만2757명(2030세대 5757명, 4060세대 7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2030세대 투자자들의 특징이 기존의 주류였던 4060세대와 어떻게 다른지 그들의 시각으로 분석했다.
더 큰 도약을 위해선 위험은 기꺼이 감수한다. 2030세대의 58%는 스스로 위험중립·적극투자·공격투자형 투자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답했다. 4060세대는 57%가 안정형·안정추구형을 택했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테슬라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전 지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다.”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 돈이 몰리는 데도 이들 2030세대가 한몫했다.
이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4차 산업혁명(32%)과 바이오(26%)다. 정보기술(IT) 기기와 플랫폼, 자율주행차를 가장 잘 아는 세대이기도 하다. 3월 주가 폭락 이후 국내에서는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산업이, 미국에서는 나스닥 대형 기술주가 급등하는 데 밀레니얼 투자자들이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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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투자에 임하는 2030세대도 늘어났다. 주식을 시작한 뒤 모든 뉴스가 ‘내 이야기’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지헌 씨(32)는 “미·중 무역분쟁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가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하는 중간에 신문과 뉴스를 챙겨보고, 유튜브를 통해 기술적 분석법을 공부하며, 전자공시도 꼼꼼하게 챙긴다.
주식 투자가 2030세대에게 남은 마지막 자산 증식 수단이라는 의견에 76%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은행에 근무하는 김지수 씨(27)는 “걷잡을 수 없이 뛰어버린 부동산 가격, 0%대 예·적금금리로 주식 이외의 투자처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승무원인 박지선 씨(29)에게도 주식 투자의 의미는 남다르다. 코로나19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지난 3월부터 원치 않는 휴직상태다. 지인이 추천한 진단키트 테마주로 주식에 발을 들였다. 6개월이 지난 지금, 투자금은 4000만원으로 늘어났다. 매월 300만원 넘게 벌고 있다. 하루 12시간 투자 모드다. 장이 끝나면 장외 거래를, 밤에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내일의 투자를 준비한다. 처음에는 투자를 말리던 부모님도 이제는 그에게 투자금을 맡겼다. 박씨는 말했다. “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좋은 건 우울한 일상에 활력소를 얻었다는 것이다.”
고재연/전범진/한경제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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