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노조는 참가 조합원 중 찬성이 3분의 2에 미치지 못했을 뿐 60.7%에 달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을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 2년 동안 집행부의 무리한 투쟁에 반대해 노조를 떠난 직원만 약 300명이어서, 실질 찬성률은 절반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민주노총까지 대대적 지원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노조 집행부가 불신임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파업 참가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등 현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노조 지도부만 외면하고 있는 꼴이다.
기존 노조에 직원들이 반기를 드는 일은 로노삼성만의 현상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에서 분리된 현대로보틱스에서는 민주노총 계열 노조에 속했던 직원들이 새 노조를 설립해 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했다. 이를 본 현대중공업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새 노조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강성노조의 대명사였던 현대자동차 노조가 미래차 시대에는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무분별한 파업을 지양하겠다고 선언한 것 또한 과거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노조에 실리를 찾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국GM이 임금협상을 2년에 한 번씩 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노조가 금속노조 방침에 위배된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지만, 정작 근로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완성차 및 부품업체 생산직 근로자의 약 80%가 임단협 주기를 2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이런 변화를 눈감으면 노조의 입지만 더욱 좁아질 뿐이다. 특히 가치와 실용을 중시하는 밀레니얼·Z세대는 조합원과 소통도 하지 않고 회사에 무조건 반대만 하는 노조, 노사 모두 타격을 입을 게 뻔한 무리한 투쟁을 강행하는 노조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노조가입률이 10%에 불과한데도 강성노조가 노사관계를 좌지우지하며 극한상황으로 몰고가는 현실은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노조도 이제는 ‘무조건 투쟁’에서 벗어나 노사상생과 노동개혁에 적극 참여해 조합원의 실익을 높이는 실용적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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